지난 7일, 문재인 정부는 순천대학교 박기영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하 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신설된 혁신본부장 직은 국가 연구 개발비 예산 20조 원을 심의 및 조정하는 역할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차관급 직책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연구 부정행위로 서울대학교 교수직에서 파면된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조작 사태에 연루된 바가 있어, 각계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제31대 학부 총학생회 <품>(이하 총학)은 박 교수가 혁신본부장에 임명된 직후,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혁신본부장 임명 반대 성명서 정책투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정책투표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으며, 재적 3,898명, 참여 494명(12.7%), 찬성 420명(85%), 반대 74명(15%)으로 재적 1/8이상의 참여와 참여 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여론이 계속 악화되고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박 교수는 지난 11일 임명 나흘 만에 혁신본부장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사퇴연설에서마저 “황우석 연구 조작 사건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임기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삶의 가치조차 영원히 빼앗기는 사람은 정부 관료 중 자신에게 씌워지는 굴레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등 반성 대신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론의 빈축을 샀다.
박 교수가 자진 사퇴함으로써 총학이 작성한 임명 반대 성명서의 실질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총학은 ‘자주과학의 횃불은 불타오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하며 다수 학우의 의견을 대표했다. 총학은 성명서를 통해 ‘연구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결함인 연구 부정을 저지르고, 이후에도 연구자보다는 정치가에 어울리는 행보를 보인 인물이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연구비 집행을 주도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기존의 적폐를 답습한 실망스러운 인사로, 연구윤리를 바탕으로 하여 4차 산업혁명울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큰 기대가 꺾이게 되었다’며 이번 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박 교수의 후임자를 결정하는 과정 역시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연구윤리가 배제된 인사 참사를 엄중히 규탄하고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문재인 정부에 당부했다.
총학은 이번 성명을 발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단순하게 박기영 교수의 임명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거버넌스 및 정부가 느끼는 연구윤리의 무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즉, 박 교수가 혁신본부장 직에서 자진 사퇴를 함으로써 직접적인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사실이긴 하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공계 학우로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총학은 차후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에 대해 지속적으로 다른 과학기술계 및 이공계 학우들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겨울에 공동으로 주관했던 ‘한국 과학기술계의 합리적 질서를 위한 과학정책 대화’나 지난 학기 개최했던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대화’ 등과 같이 국회의원들까지 참여하는 영향력 있는 포럼 및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있어 필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 총학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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