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인 프로테오박테리아가 캐리어 서열을 통해 방선균 유전자에 포함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습득하는 구체적인 기작 밝혀내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와 덴마크 공대 노보 노르디스트 바이오지속가능센터 공동 연구팀이 특정 박테리아 병원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는 기작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7일 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밝혀지지 않던 항생제 내성 습득 기작
최근 작은 병치레에도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항생제 남용 문제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병원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는 기작에 대해 여러 가설들만 제기되었을 뿐, 이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연구가 없어 효율적인 처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캐리백 기작을 거치며 내성 갖게 돼
연구팀은 병원균이 어떻게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되었는지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병원균의 일종인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와 항생제를 생산하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방선균류(Actinobacteria) 사이의 캐리백(carry-back) 기작을 생물 정보학으로 구체화한 뒤, 실제 실험으로 이를 검증해냈다.

캐리어 서열의 병원균 유전자 재조합
캐리백 기작은 프로테오박테리아와 방선균류 사이에 접합*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운반 역할을 하는 프로테오박테리아의 캐리어 서열(carrier sequence)이 방선균류로 들어간다. 방선균류와 같이 항생제를 만드는 박테리아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내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방선균류로 들어간 캐리어 서열은 방선균류의 유전자 중 바로 이 내성유전자 양 옆에 위치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박테리아의 세포가 사멸하여 유전자가 밖으로 드러나면 운반 역할을 하는 캐리어 서열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끼워 넣은 채로 원래 위치했던 프로테오박테리아로 돌아간다. 결국 병원균이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보학과 분자생물학적 실험 융합해
연구팀은 앞서 언급한 기작을 생물 정보학과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우선 연구팀은 단백질의 서열을 분석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BLASTP(Basic Local Alignment Search Tool), ARDB(Antibiotic Resistance Genes Database) 등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이번 연구에 특화된 기타 여러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해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다. 정보 분석 결과, 연구팀은 병원균과 항생제 생성 박테리아, 즉 프로테오박테리아와 방선균류 사이에 공통된 유전자 서열을 찾아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이 공통 서열의 위치를 분석한 결과, 두 박테리아 모두에서 내성을 만드는 특정 유전자 양 옆에 정확히 위치해있었다. 이처럼 생물 정보학으로 기작을 구체화 한 연구팀은 플라스미드**를 사용한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해당 기작을 실제로도 확인했다. 인위적으로 캐리어 서열이 없는 유전자와 있는 유전자를 똑같이 내성이 없는 박테리아에 투입한 결과, 캐리어 서열이 있는 유전자를 삽입한 경우에만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실제 환자들에게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택적인 항생제 관리와 처방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공동 연구가 이루어진 두 연구소에 모두 소속된 김현욱 박사는 “병원균이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되는 여러 메커니즘 중 하나를 분자생물학 실험으로 증명한 연구이다”라며 “프로테오박테리아와 방선균류 외에 다른 박테리아들 사이의 기작도 앞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라고 전망을 밝혔다.

접합*
살아있는 세포들 사이 접촉으로 유전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

플라스미드**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쓰이며, 염색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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