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가 아닌 액체 기판 위에서 관찰한 특이점의 상전이 과정 … 연구에 쓰인 액정 외에도 다양한 관련 분야에 다각화 가능할 전망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액정에서 특이점 온도에 따른 상전이*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5월 30일 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특이점의 상전이 제시한 노벨상 연구
작년 노벨 물리학상은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던 특이점의 상전이와 관련된 연구였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차원에서의 상전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에서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온도를 낮추면 단순히 분자의 배열에 규칙성이 생기는 3차원과 달리, 2차원에서는 분자들의 배열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바뀌며 그 중심에 하나의 점이 생긴다. 바로 이 점이 초전도체와 초유체**의 성질을 모두 갖는다고 밝혀진 특이점이다.

고체 기판 위에선 특이점 연구 어려워
이번 연구는 노벨상 연구가 보지 못했던 특이점의 상전이, 그 중간 과정들을 분석해냈다. 특이점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들이 노벨상 이후 이어졌지만, 해당 연구들 모두 실험 기판으로 실리콘 웨이퍼나 유리 등 고체를 사용해 상전이의 최종 결과물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중간 과정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온도를 낮추거나 올린다고 해도 딱딱한 기판 에서 분자들의 자연스러운 상전이 과정을 관찰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분석 가능한 액체 기판 위 액정 분자
이번 연구는 고체가 아닌 액체 기판을 사용해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했다. 액체 기판의 사용은 분자들 본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유용하다. 연구팀은 온도를 변화시키면서 특이점 주위 액정 분자들의 상전이를 연속적, 직접적으로 관찰했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액정은 외부에서 걸려오는 장에 의해 배열 구조가 쉽게 변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지만, 특이점 주위의 배열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 속 특이점들에 적용 가능해
이번 연구는 액정의 움직임과 관련된 연구이기 이전에 특이점과 관련된 연구이므로 이를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액정은 실시간으로 관찰 가능한 상과 상전이를 갖기 때문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연구팀은 다루기 쉬운 액정으로 특이점을 연구하다 보면, 보다 넓은 분야의 특이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블랙홀, 웜홀 등 우주 속 특이점들을 분석하는 데까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이점 조절만으로 가능한 패턴 생성
또한, 이번 연구는 일정 패턴을 응용하는 분야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위적으로 분자들의 흐름을 조절해 특이점을 만들고, 그 흐름 안에 형광 물질을 섞어주면 특이점은 형광 물질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긴다. 특이점과 주변의 에너지 차이로 생긴 인력이 형광 물질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특이점 사이의 너비를 조절하면 특정 형광 물질의 위치를 선정하는 것을 넘어서, 형광물질 사이의 간격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센서나 디스플레이 분야에 도움돼
특이점만 다룰 수 있다면 형광물질을 포함한 여러 분자들을 일정한 규칙을 지닌 패턴 아래 규격화할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은 화학 센서를 만들 때나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에 쓰일 광원을 만들 때 유용하다. 센서의 경우, 단순한 막 대신 패턴을 지닌 막을 입히면 센서의 감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윤동기 교수는 "위상학적 상전이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상전이*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 액체에서 기체 등 다른 상으로 상태를 옮기는 현상.

초유체**
점성이 전혀 없는 유체로, 초전도체와 함께 거시적인 양자역학에서 다루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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