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아르망 투르소는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위대한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대칭과 균형, 3차원, 반복과 순환을 담아낸 에셔의 작품 130여 점을 4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철저히 계산된 에셔의 작품세계
에셔는 그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내적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그 이미지들은 무한한 공간, 불가능한 건축물 등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출되었다. 그는 수학적으로 계산된 선을 이용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허구를 만들어냈다. <유리구슬을 든 손>은 유리구슬에 비친 자신의 변형되고 굴곡진 모습을 사진을 찍듯 정교하게 그려냈다. 유리구슬이나 쇠구슬에 의해 변형된 사물들의 모습은 에셔가 즐겨 그리던 소재였다.
또한, 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오르내리기>나 <폭포> 등은 수학자 펜로즈의 삼각형 이론을 그림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그림처럼 보이지만, 안이 밖이 되기도 하고, 맞닿아 있는 두 사람이 영원히 만날 수 없기도 하며, 천장이 바닥이 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뫼비우스의 띠를 이용하는 등 사람들의 시선과 착각을 이용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석판화로 지중해의 햇살을 그리다
사실 에셔는 풍경화로 화가의 길을 시작했다. 에셔는 이탈리아를 주로 여행했고, 특히 지중해의 밝은 풍경을 좋아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아부르치 도시에서 그린 작품이 많은데, 석판화 특유의 느낌과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합쳐져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듯하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마치 지중해의 한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중에서도 몇몇 작품은 마치 만화의 한 장면같은 그림체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낸 독창적 예술

그러던 와중에도 그는 이탈리아의 자연 풍경을 실제로는 불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해서 그리곤 했다. 에셔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시작된 곳은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 알함브라 궁전이다. 14세기의 이슬람 궁전인 알함브라 궁전에서 본 아라베스크 문양에서 에셔는 일생에 영향을 미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그는 사람, 도마뱀, 새, 물고기 등을 반복하여 빈틈을 남기지 않고 평면을 채우는 작품 등 기하학적 주제들을 연구하였다. 이와 같이 동일한 문양으로 평면이나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을 테셀레이션이라고 한다. 수많은 종류의 형태들을 이용해 평면을 채워나간 작품으로 가득찬 벽면은 그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케 한다. 도마뱀, 기마병과 같은 다채로운 형태를 이용해 공간을 완벽하게 채워나가는 그의 그림은 경이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에셔는 <도마뱀>과 같은 작품에서 이미지가 2차원에서 3차원으로, 그리고 다시 2차원으로 바뀌는 모습을 표현했다. <도마뱀>에서 도마뱀은 평면 그림에서 나와 3차원 세계에서 돌아다니다가 다시 그림으로 되돌아간다. <낮과 밤>에서는 새가 배경에서 나와서 점차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기도 하고, 결국 다시 배경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수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 펼쳐
에셔는 건축 학교에서 건축을 잠시 배웠으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담당 교수의 권유로 그래픽 아트에 전념했다. 구와 원, 그리고 그 중간의 형태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낸 <삼구>라는 작품도 있고, 책 속에 들어간 삽화나 우표 엽서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치밀한 과학적 조작에 의한 초현실 세계를 다루는 에셔의 작품은 그 당시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에셔의 작품은 판화, 일러스트, 그래픽 디자인, 수학, 건축, 음악 등 수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비현실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적인 에셔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장소 | 세종문화회관
기간 | 2017.07.17 ~ 10.15
요금 | 13,000원
시간 | 10:30 ~ 20:00
문의 | 02)784-2117

사진 | 와이제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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