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세종시와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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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세종시와 그 적들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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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비민주적으로 변하고 있다. 너무 많은 예와 증거가 있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2010년의 시작을 소용돌이로 빠뜨린 세종시 논란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 세종시에 KAIST도 참여하게 되는데 KAIST가 그 자체 사회에서 보여주는 태도 역시 숨을 막히게 하니 우연치곤 고무적이다.


정책 입안자가 항상 대는 그럴법한 핑계 중 하나로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라는 것이 있다. 매우 지당한 말이지만, 그것을 “다른 방법을 생각해도 언제나 불만은 생기니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로 해석하는 미친 짓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허나, 이 미친 짓 때문에 지금 세종시는 모든 비판적 논의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나름 근거를 갖고 있으나 실제 시행되었을 때의 결과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혹여 수정안이 더 좋다는 경제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 믿음이 있다해도 지금의 형국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귀를 닫고 같은 말만 반복해, 사회를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했다. 이러한 독단이 자신들이 뛰어나서 혼자서도 진보를 이룩할 수 있다는 정신병적 자만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든 기득권으로서의 탐욕으로부터 온 것이든 중요치 않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이 중요하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민주 국가를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국가"라며 날카롭게 정의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는 이미 한국에 정착했다. 나는 대학생들의 철학의 부재로 한국의 미래가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눈을 뜨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지 말아라. 자신을 비판적 논의로부터 열어 놓아라.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그러면 된다. 미디어로 눈을 가리고 언론장악으로 귀를 막아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장님이든 귀머거리든 투표권이 있다.


넓은 한반도는 이명박 정부에게 위탁해 걱정이 사라졌는데, 좁은 대전이 걱정이다. 제도적 근거가 미비한 수업료를 과도하게 책정해 학생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장기적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잃게 되어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걱정은 대전만큼 좁은 나의 식견 때문일테니 괜찮다. 하지만, 닫혀있음으로 차단된 진보의 가능성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아, 그것도 괜찮다. 학생들에게는 민주 사회 대신에 졸업이 있다. 닫혀 있는 공간에서 졸업할 수 없는 분들이 학교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우리는 그 분들이 열린 세종시로 밀려 들어오는 적들을 물리칠 수 있도록 응원만 하자. 그리고 패배자에게는 싸늘한 시선만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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