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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충분한 공론화 과정 거쳐야
[436호] 2017년 08월 16일 (수)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대통령의 탄핵 때문에 조기에 치뤄진 5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출범한 새로운 정부는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후보 시절 내걸었던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공약으로 탈원전 시대를 예고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탈핵 공약을 이행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탈핵 정책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전문 인력의 추가적인 확대 없이 원전 수만 늘리려던 기존 정권들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미래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런 탈원전 정책이 충분한 시간과 전문적인 지식 공유에 의한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탈원전 정책의 핵심은 경제성을 최우선시했던 기존의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국민의 안전과 친환경을 1순위로 하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 위주로 바꾸는 데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 포함하는 사회적 의미는 더욱 크고 중요하다. 즉, 원전사고가 일어날 높지 않은 확률을 가지고 대중적인 공포를 기반으로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거나 기술의 수출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조기 대통령 선거 전에 계획했던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를 급하게 시공하는 등 일부 기득권이 독점하고 있던 정책 추진 및 예산 집행의 전횡을 막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화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정권들에서는 발전소 건설이 공론화를 통해 결정된 적도 없고, 관련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만이 결정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력 수급을 위해 기여한 원전 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라 정권을 비판하기 이전에,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하여 먼저 성찰해야 할 것이다. 현 정권의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 법적인 절차가 중요하다면, 과거 정권의 정책 수립과 실행에서도 법적인 절차가 지켜졌는지 밝히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그것이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문제로 연결되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탈원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일의 경우에, 원전 폐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나서부터 탈핵 선언을 하기까지 무려 25년의 장기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존재했다고 하는데, 이는 처음부터 탈원전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둔 것이지, 목표 자체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이 아니었다.
탈원전과 에너지 수급의 앞날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적인 논의는 물론 공학자들이 가장 훌륭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책 수립과 실행은 순수한 공학의 분야가 아니라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의 시각과 모델, 그리고 사회적 영향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융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에너지 수급에 대한 논의는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는 공적 자원의 생산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수급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를 위해서 당장 시급한 원전 기술, 그리고 수출 가능성이 높은 기술은 어쩌면 원전 해체 기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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