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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린 아이에요
[436호] 2017년 08월 16일 (수) 김태수 학우(산업디자인학과 14) kaisttimes@gmail.com

신학관 옥상에서 해가 지는 걸 바라보고 있으면, 덥고 습했던 순간도 잠시. 점점 시원해져 가는 바람에 내 몸을 자연스레 맡기게 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상을 밝히던 태양이 잠시의 휴식을 위해 들어가는 순간, 나에겐 부러움과 함께 허무함이 몰려온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언제나 열심히 살고 싶었다. 쉬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뒤처질까 봐 두려움에 일을 벌리고 다녔다. 언제나 세상을 밝히는 태양이 되고 싶었고, 지금까지의 나에게 태양이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휴식 없이 달려온 지난 한 학기는 나에게 졸업보다,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아직 졸업할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일까,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가 생겨났다.
주변의 기대가 두렵고 무서웠다. 나를 성숙하였다고 말하는 사람을 피하게 되고, 나의 단점을 말해주는 사람에게 기대게 되었다. 사람과의 거리조절이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친한 사람이 생기다가도 그 사람과 멀어질까 걱정되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래도 사람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을 안겨다 주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학기와 이번 여름 방학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나와 같은 학과의 후배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친해지면서 문득 내가 처음 산업디자인학과에 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끼리끼리 매우 친하게 지내는 그들을 보면서 조금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모두 각자 나름대로 내면에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후배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내 고민도 털어놓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들은 나에게 위로를 주었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어찌 보면 내 인간관계에 있어서 더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찾아온 거였고, 이전에 느꼈던 허전함과 허무함을 많이 달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약간의 두려움이 남아있다.
이 두려움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난날 겪어온 힘들었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고, 두려움 덕분에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의 도움을 빌려 두려움 겉에 무덤덤함을 쌓아놓으며, 애써 괜찮은 척 지내왔다. 과거의 아픔이 반복되는 상황이 와서 무덤덤함이라는 벽이 와르르 쏟아지더라도, 쓰러진 나를 일으켜줄 소중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므로 앞으로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불안하면서도 평온한 감정이 교차하는, 그런 혼란스러운 마음이 계속된다.
모든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 글마저 그러하다. 항상 옥상에 앉아 저녁노을을 보며 이런저런 고민을 한다. 일에 웃고, 일에 울고, 쉬는 법을 잊고 살았던 나 자신에게 쉬는 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이었던 저녁노을은,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 주는 부모님과도 같았다. 아직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철이 들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나이기에, 나라는 사람을 찾아 나가고 싶어지며 오늘도 저녁노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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