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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타협,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436호] 2017년 08월 16일 (수) 김유빈 기자 betty4003@kaist.ac.kr

지난 6월 19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40년 만에 완전히 폐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자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른 시일 내에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신고리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정부의 어느 정도 예상된 행보지만, 원자력 학계는 쏟아지는 탈원전 정책에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리원전 1호기 폐쇄로 1개 줄어든 총 24개의 원전이 건설되어 있다. 이들을 계속 운영할지, 아니면 월성원전과 함께 문을 닫을지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간과할 수 없는 원자력의 경제성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자력 학계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바로 경제성이다. 즉, 원전은 현재 다른 에너지원보다 값싼 효율을 자랑한다. 균등화 발전 단가(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LCOE는 발전소의 건설부터 관련된 운영비, 인건비, 그리고 폐기물 처분비까지 해당 에너지원을 운영하는 데 투자한 모든 비용을 합산한 뒤, 생산 가능한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재작년에 산정된 LCOE에 의하면 원자력은 약 30달러/MWh,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는 약 120달러/MWh, 태양광은 100~150달러/MWh, 풍력은 100~200달러/MWh로 원전의 발전 단가가 다른 에너지원의 절반에 훨씬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닷가의 풍력 발전소와 비교하면 6배나 저렴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는 필요한 원료가 없기 때문에 건설비만 투자하면 비교적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LCOE의 수치가 암시하듯이 영구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이지는 않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는 “햇빛을 모으는 패널이 공짜가 된다 해도 태양광 에너지는 여전히 비싼 에너지원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직류를 교류로 바꾸거나 고압으로 송전하는 과정이 태양광 발전에는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 과정에 드는 비용을 더 줄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버터와 컨버터는 다른 분야에서도 방대하게 쓰이는 기술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양질의 연구들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인 만큼, 더 이상의 기술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 교수를 포함한 학자들의 주장이다. 태양광 에너지가 아닌 풍력 에너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탈원전 시 타에너지원 반드시 필요해
이 외에도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을 따져보려면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을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신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남은 전력을 저장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또한, 비용을 감수하고 남은 양을 저장해둔다고 해도,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100%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재생 에너지가 충족할 수 있는 전력은 전체의 30% 정도로, 현재 정부의 계획은 나머지 70%의 에너지원을 LNG로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LNG를 사용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LNG 비율 늘리면 가속화되는 온난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지지는 자연 친화적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 때문이다. 온난화 현상으로 일 년에만 수도씩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오늘날, 신재생 에너지는 가장 이상적인 발전 방식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재생 에너지가 100% 전력 수요량을 충족시킬 때의 이상이다. 정용훈 교수는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백업 에너지를 LNG로 채우게 되면, 환경을 보호하려고 들여온 신재생 에너지가 오히려 온난화를 가속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바로 가스의 운반과정에서 발생한다. 천연가스를 채굴해서 발전소까지 끌어오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우선 가스를 땅 아래 파이프라인으로 보내 액화시켜야 하고, 배에 가스를 싣고 운반하는 과정에서는 온도가 올라가 가스가 새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즉, 지속해서 가스를 액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배가 목적지에 도착해 가스를 다시 파이프라인으로 내보내는 과정까지 마치면 보통 4% 정도의 가스가 유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관련 논문들에 의하면 작게는 4~5%, 크게는 9%의 천연가스가 운반과정 가운데 유출된다고 분석된다. LNG의 주성분은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가 갖는 온난화 강도의 무려 30배에 달할 정도로 유해하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4%의 LNG 유출은 적지만 높은 강도로 온난화에 기여하기 때문에 결코 적은 유출량이 아니다. 별다른 대책 없이 오직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온난화를 막으려다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전망이다.

이처럼 태양광이나 풍력 등 현재까지의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원 자체의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장기적인 에너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다른 대책 없이 탈원전을 추진했다가는 오르는 건설비용과 전기가격,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 등 여러 문제점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믿을만한 기타 에너지원이 없는 한국
원전을 사용하지 않거나 탈원전의 길에 들어선 다른 나라들은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우선 알프스 산맥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경우 수력이 주 에너지원이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무려 55%가 수력 발전으로 충당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위스의 수력 발전은 사계절 눈이 쌓여 있는 알프스 산맥이 천연 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이 아닌 얼음이기 때문에 관리, 전력 생산, 모든 면에서 훨씬 용이하다. 또한, 스위스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탈원전을 선언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전의 폐쇄가 아니라 건설 중단이었다. 스위스는 50%가 넘는 수력 발전의 뒤를 이어서 30%의 전력 생산은 여전히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탈원전을 선언한 이탈리아의 경우, 원유발전이 없었다면 탈원전은 불가능했다. 이탈리아는 G8 중 유일하게 원전이 없는 나라이기 이전에 유럽 3위의 산유국이다. 이탈리아에게 원전이란 탈원전을 선언하기 이전에도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일 뿐이었다. 충격적인 사고를 겪은 이후 빠르게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이탈리아의 에너지 패러다임은 선언 전후 달라진 점이 크게 없다.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나라는 대만이다. 우리나라와 대만 모두 지속적인 수력 발전이 가능한 눈 쌓인 산맥도 없고, 원유를 채굴할 땅도 없다. LNG를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한 것마저도 비슷하다. 대만은 석탄 48%, LNG 27%, 원자력 16%의 비율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탄 42%, LNG 24%, 원자력 30%와 매우 유사한 구조이다. 두 나라 모두 석탄과 LNG를 수입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만큼, 원전을 폐쇄한다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미래 에너지가 절실한 실정이다.

원전의 안전에 대한 합의점 찾아야
탈원전의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안전에 있다. 앞서 언급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의 가능성보다는 위험성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원전의 폐쇄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 및 폐기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방사능은 원전을 사용할 때 피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원자력 학계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의 기술이라면 원전 사고가 일어나도, 이는 수소 가스 폭발이지 핵연료 폭발은 아닐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표면의 방사능을 깎아내 따로 폐기하는 과정도 일반 산업체가 맡을 수 있는 단순한 작업이라는 견해도 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을 줄일 수도, LNG를 늘릴 수도 없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원전은 안전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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