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할 수 있는 것 역시 여론뿐

 아이티에서 날아온 강성주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의 인터뷰로 한 주가 시끄러웠다. 문화방송 뉴스 영상으로 보인 강 대사의 발언은 마치 ‘대사관은 책임질 수 없으니, 구호활동에 적당히 올 사람만 오라’는 것처럼 들렸고, 같은 화면에 비친 파견 119구조대의 열악한 환경, 대사관 직원 숙소에 가득 쌓여 있던 맥주와 함께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강 대사의 발언은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고, 취재 기자가 앞뒤를 잘라내고 편집했던 것이다. 또, 맥주는 구호 활동을 갔던 자원봉사자들이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취재 원본이 공개되고 나서 문화방송은 사과방송을 내보냈고, 이를 마지막으로 상황이 종결되었다. 결국, 일주일 동안의 소란과 방송에 대한 불신만 남고 모든 것이 예전대로 돌아갔다.


 이 사건에서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은 언론의 거대한 힘이다. 카메라 필름에 가하는 한 두 번의 가위질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큰 권력이 언론에 있다. 그리고 모든 힘을 쥔 사람들이 그렇듯이, 언론계 역시 그 힘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이나 그 강력함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유엔 특별대표’의 발언을 ‘도미니카 공화국 대사’의 말로 바꾼 것은 분명히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슈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하면 된다, 시청률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리라.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런 조작이 들통 났을 때 어떤 반응을 마주보게 될지 적어도 한 번만 생각했더라도 그런 ‘과감한’ 편집을 할 용기가 생겼을까.


 얼마 전에 이루어진 문화방송 광우병 편에 대한 무죄 판결은 언론이 일부 보도를 잘못했더라도 큰 틀에서 사실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법이 이를 심판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한국 사회 언론의 자유를 한층 더 확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왜곡보도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편없는 방송이었다. 해당 판결을 언론사가 사실을 아무렇게나 조작해서 방영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법원과 여론이 우리 편이라는 확신이라도 생겼던 것일까. 방송사가 친정부적, 반정부적이니 하는 정치성을 떠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기본적인 기자의 직업정신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힘을 감시하고 언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시청자와 독자뿐이다. 이번 왜곡보도를 찾아낸 것도 지나치게 부자연스럽게 편집된 인터뷰를 의심한 시청자들이었다. 언론은 그 목적인 사실 전달을 위해 어떤 권력의 압박도 이길 수 있는 힘을 받았지만, 결국 그 힘은 시청자와 독자로부터 나온다. 미국 텔레비전(이하 TV) 저널리즘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머로우는 “TV가 교육하고, 계몽하고, 심지어 영감을 주는 방향으로 이용되려면 그 사용자가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TV는 그저 빛나는, 전선이 달린 상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독자와 시청자가 언론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들이 휘둘릴 것이다.


 우리 학교 신문은 7천 명의 학우를 독자로 두고 있다. 기자로서, 학술부장으로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도, 가장 믿는 사람도 학우다. 물론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항상 노력해야겠지만, 이 신문이 바른길을 가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학우 독자 여러분이다. 어느새 2010년 봄 학기가 시작되었다. 새 학기, 여러분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 그리고 격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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