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나는 카이스트 클리닉에 불려가 ‘영양 불균형’ 권고를 받고 반강제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거금’을 들여 트레이너를 붙였으니 운동은 하면 된다. 그러나 식단은? 대부분의 기숙사에서처럼 카이스트 기숙사에서는 전열기구 사용이 금지되어있다. 주어진 것은 전자레인지와 생수뿐, 카이스트에서 나는 과연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건강한’ 식단을 위해 물어야 할 질문은 사실,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아니라 ‘어떤 영양소를 어떻게 섭취하는지’이다. 건강한 한 끼 식사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돌솥에 지은 고슬고슬한 잡곡밥, 참기름 살짝 쳐서 갓 볶아낸 제철 나물, 간단한 양념을 해서 딱 맞게 구운 고기와 생선을 떠올린다. 예쁘게 깎은 제철 과일이 후식으로 곁들여지면 금상첨화겠다. 당연하지만 그런 식사를 기숙사에서 자급자족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것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하루에 열량 2500칼로리, 그리고 그중 단백질 90g, 탄수화물 400g, 지방 40g과 약간의 미네랄과 비타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는 훨씬 쉬워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해보자. 먼저 지방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세 끼니 먹는 것만으로 일일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백질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삶은 계란, 우유, 치즈, 혹은 시판하는 닭가슴살이나 연어 등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단백질이 든든하게 들어간 메인 요리를 골랐다면, 이에 어울리는 탄수화물을 골라주자. 빵이나 시리얼로 때우면 쉽겠지만, 버터와 설탕이 많은 제과점 빵이나 설탕 코팅을 입힌 시리얼은 당분과 지방이 과해 썩 건강에 좋지 않다. 간단하게는 통밀 식빵이나 파스타, 오트밀 또는 즉석 잡곡밥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빵이나 잡곡밥을 직접 만들기를 추천하고 싶다. 전자레인지에서도 파스타면을 끓이거나 밥을 할 수도 있고, 머핀이나 케이크 등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는 제빵 레시피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즉석조리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더욱 요리하기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샐러드, 쌈채소, 견과류, 과일 등 다양한 부식을 곁들여주면 필요한 영양소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건강한 식단이 완성된다.
프랑스 격언에 ‘그가 무엇을 먹는지 보면 그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열악한 상황에 좌절하고 시간과 여건이 부족함을 핑계 삼아 대충 배만 채우다 건강을 잃고 말았다. 건강한 몸을 갖고자 조금씩 식습관을 고쳐나가며 보니, 나는 실제로 다른 일에도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고 쉽게 좌절하곤 했음을 깨달았다. 어리석었던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소를 잃어버리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치길 바란다. 모름지기 현명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식단의 표준 기준을 따르려고 노력하며 알차게 배를 채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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