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는 수많은 학생 단체가 있습니다. 총학생회를 필두로 하여 학부 동아리연합회, 새내기학생회, 엘카, VOK 등등 수많은 특별기구 및 80여개의 동아리, 그 이외에도 과학생회, 과동아리 등등, 인원이 4000명도 안 되는 사회에 단체가 150개 가량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해도 40명 중의 1명은 단체의 장을 맡고 있으며, [학생사회]의 특성상 매 년 혹은 매 학기, 단체장이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KAIST에 재학중인 학생 10명 중 최소한 1명은 “장” 이라는 단어가 붙은 직책을 한 번쯤은 맡아 보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어떤 단체의 “장” 이라는 자리의 책임감은 단체의 크기 유무, 혹은 그 희소성과 관계 없이, 일정 이상의 책임감과 능력, 그리고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2년 간, KAIST 학생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동아리연합회 간부 전원이 사퇴하여 동아리연합회의 기능이 정지되었으며, 행사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이 사퇴 권고를 받고, 결국 탄핵당했습니다. 감사위원회는 매 년 재 때에 모집이 않고 있었으며, 작년의 감사위원회는 피 감사기관들에게 감사보고서의 부실함을 지적 받고, 전원 사퇴하였습니다. 올해에는 생활관자치회의 직무감찰 도중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발견되어 관련자들이 전원 사퇴하였습니다. 학생사회의 축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일들만 나열했지만,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동아리연합회는 매 년 수많은 징계를 동아리에 부과하고 있습니다. 안전점검 등, 명백한 동아리 전체의 잘못으로 징계를 부과하는 경우도 많지만, 동아리 대표자의 부주의로 인해 징계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서류 제출에서 서명을 하지 않거나 제출을 늦게 하는 등, 어떻게 보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실수들로 인하여 징계를 부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할 수 있는 실수이지만, 모든 동아리에 대해서 공정한 기준을 가지고 엄격히 심사해야 하는 동아리연합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단순히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간단한 실수이지만, 동아리대표자가 학생 사회에서 동아리연합회와 동아리의 지위에 대해서 잘 숙지하지 못했을 때에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동아리대표자가 동아리연합회에 내는 서류가 어떤 의미인지, 동아리연합회는 어떤 단체인지, 동아리연합회에서 동아리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인지 알고 있다면, 서류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동아리연합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수 많은 학생단체의 장이 매 년 바뀌고, 매 년 완벽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장”을 맡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특히 KAIST 학생 사회와 같이, 인구에 비해 단체의 밀도가 굉장히 높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장”의 직위를 맡을 정도의 업무 처리 능력과 리더십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장”을 맡아야 하는 사람은 수백명이나 되는 것입니다. 또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는 이미 임기가 다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사람이 “장”을 맡던지 그에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에는 LT(Leadership Training), 자세한 인수인계 자료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KAIST 학생 사회는 능력 있는 개인들의 힘만으로 굴러가기에는 이미 너무나 커졌고,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환경은,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는 가정 하에는 개인으로 하여금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인재양성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KAIST 학생 사회를 보면, 개인의 문제로 인하여 많은 문제들이 생겨왔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더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능력을 갖출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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