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반응성 낮아 천연물 전합성에 사용할 수 없었던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친핵체를 이용해 반응성 높여 천연물 전합성 성공해

 

▲ 플루게닌 C의 순차적 합성 방식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이용해 플루게닌 C를 인공적으로 합성해내는 메커니즘으로, 기존 복잡하던 라우훗-쿠리어 반응과 달리 훨씬 간단한 과정으로 합성. - 한순규 교수 제공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팀이 새로운 방식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만 존재하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상빈 석박사통합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10일, 화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되었다.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천연물 전합성
천연물 전합성(Total Synthe-sis)은 순차적 화학반응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천연 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내는 연구 분야다. 전합성은 각 단계의 반응들을 모두 찾아 정확히 진행해야만 원하는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천연물 전합성 진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화학 반응 메커니즘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RC 반응, 천연물 전합성 어려워
라우훗-쿠리어(Rauhut-Curr-ier) 반응은 1963년 라우훗과 쿠리어에 의해 보고된 반응으로 친핵체 촉매에 의해 진행되는 알케인 사이의 반응이다. 친핵체 촉매는 화학 결합을 형성하기 위해 친전자체에 전자쌍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반응은 친핵체 촉매와 알케인 분자 간 마이클 반응*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반응이 시작되면 형성된 두 알케인 사이의 분자 간 반응이 일어나고 알케인 이합체가 형성된다. 하지만 기존의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섭씨 150도 이상의 고온, 고농도 용액에서 유독성 촉매를 이용해야했기 때문에 천연물 전합성에 적합하지 않았다.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이용해 플루게닌 C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두 알케인 분자인 세큐리닌 사이에 탄소 결합을 만들어내야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낮은 반응성을 가지는 분자 간 반응을 두 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 플루게닌 C를 합성하기도 어려웠다.

친핵체로 반응성 높여 RC 반응 유도
연구팀은 원래 촉매로 사용하던 친핵체 물질을 세큐리닌 내부에 위치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반응성이 낮은 두 번의 분자 간 반응을 한 번으로 줄이고 반응성이 높은 한 번의 분자 내 반응으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상온의 묽은 용액에서 염기성 시료를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때 염기성 시료는 세큐리닌의 하이드록시기에서 수소를 제거해 친핵체 성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입체선택성 가지고 제작 효율성 높아
연구팀은 이 반응을 이용해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아미노산 유도체를 12단계에 거쳐 플루게닌 C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이 사용한 방식은 비 선택적으로 진행되던 라우훗-쿠리어 반응과 달리 하나의 입체선택성**(stereo-selectivity)을 가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원하는 방향에 물질을 첨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아직 합성되지 않은 27개의 천연물
연구팀은 플루게닌 C가 항암 치료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물질을 합성하면서 발견한 다양한 반응들 역시 화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플루게닌 C의 합성이 최초의 천연물 전합성 성공 사례인 만큼, 앞으로의 연구는 나머지 27개의 천연물을 라우훗-쿠리어 반응을 통해 합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라우훗-쿠리어 반응의 효율성과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발견이다”라며 “기존에 합성할 수 없던 다양한 천연물, 신약 또는 유기재료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라고 전했다.

마이클 반응*
α, β불포화카보닐 화합물에 활성메틸렌을 가진 화합물이 첨가 되는 반응.

입체선택성**
복수의 이성질체가 생성 가능할 때 하나의 이성질체가 보다 빠르게 생성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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