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연구에서 천연 물질의 자기 조립으로 형성할 수 없던 다양한 구조를 폴데머로 구현해 자연계의 고분자 모방에 한걸음 다가가

 

 

▲ 알파-아미노산과 폴데머의 구조체 형성
(a)알파-아미노산이 단백질의 3차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
(b)연구팀이 제안한 폴데머가 자기 조립을 통해 폴덱처를 형성하는 과정. - 이희승 교수 제공

 화학과 이희승 교수 연구팀이 아미노산 유사 화합물인 폴데머(fold-amer)의 자기 조립을 통해 고분자 물질의 3차원 구조를 구현해냈다. 이번 연구는 지난 2월 13일, <어카운츠 오브 케미컬 리서치(Accounts of Chemical Research)>에 게재되었다.

기존 자기 조립은 단순한 구조 형성해
단백질, DNA 이중 나선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고분자 물질은 복잡한 구조에서 기인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고분자 물질과 유사한 기능과 형태를 갖는 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한 연구가 선행됐지만, 고분자 안의 단위체를 각각 원하는 방향으로 배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대안으로 자기 조립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하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자기 조립이란 단위체 사이의 자발적인 상호작용에 따라 단위체가 일정 방향으로 배열되어 특정 구조를 이루는 현상이다. 자연계 내의 구조체를 자기 조립으로 모방하는 연구는 대체로 천연 물질을 사용해 수소 결합, 소수성 결합 등의 비공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그러나 천연 물질은 2차 구조*를 형성하기 위해서 많은 단위체가 필요하다. 따라서 크기가 커진 2차 구조 물질은 정교한 형태로 자기 조립되기보다 구형, 선형 등의 단순한 구조를 형성하여, 자연계의 고분자 모방과는 거리가 멀다.

폴데머로 구현한 자기 조립 구조체
연구팀은 천연 물질을 사용하는 대신, 나선형 물질인 폴데머를 설계해 자기 조립을 시도하였다. 베타-아미노산의 일종인 폴데머는 알파-아미노산보다 하나의 탄소를 더 가져 길이가 길다. 따라서 4, 5개 정도의 단위체만으로 2차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폴데머는 고리형 치환기가 탄소 사이를 연결하고 있어 탄소-탄소 결합의 회전 가능 각도가 작고 결합 형태가 제한된다. 폴데머의 제한된 구조는 2차 구조를 쉽게 예측하게 하며, SC-XRD 분석**을 시행했을 때 폴데머가 모여 나선형 2차 구조를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교한 2차 구조의 폴데머는 다양한 조건에서 자기 조립을 하며, 어금니, 풍차 날개, 삼각쌍뿔, 사각판 등 다양한 구조를 보인다. 연구팀은 폴데머 사이의 자기 조립으로 형성되는 특이한 구조를 통틀어 폴덱처(foldecture)로 명명하였다.

폴덱처는 자기 감응성 등 기능성 가져
다른 자기 조립 구조체와 같이 폴덱처 또한 소수성 결합과 수소 결합에 의해 형성된다. 폴데머 사이의 배열은 아민기의 질소와 카르복실기의 수소에서 일어나는 수소 결합으로 형성되며, 폴데머가 형성한 2차 구조 사이의 결합은 탄소 사슬의 소수성 결합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비천연 물질인 폴데머가 갖는 특이성 때문에 폴덱처는 기존 자기 조립 구조체와 성질이 다르다. 무기 결정 물질처럼 고분자 결정의 면에 따라 분자의 배열 방향과 용매와의 상호작용이 달라진다. 또한, 자기 감응성을 가져 외부 자기장에 따라 폴덱처의 배열 방향이 변하기도 한다.

폴덱처, 기능성 고분자 합성의 시작
폴덱처는 구조 및 기능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자기 조립 구조체보다 자연계의 고분자와 더 가깝다. 폴덱처 내의 폴데머의 배열이 단조롭고, 그 형성 원리가 밝혀지지 않아 자연계 고분자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모방하는 것에 있어서 아직은 한계가 있지만, 이번 연구로 기능성 고분자 합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 논문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유성현 박사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기능성 고분자를 폴덱처로 만드는 것이 이번 연구의 방향성이다”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2차 구조*
단위체가 모여 규칙적으로 감기거나 꺾여서 형성된 3차원 입체구조.

SC-XRD 분석**
단결정 물질에서 발생한 X선 회절 패턴으로 분자 구조, 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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