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학부 총학생회 4월 정기 중앙운영위원회는 개회 1시간 10분 전에 공고되었습니다. 3월 정기 중앙운영위원회는 개회 5시간 20분 전에 공고되었죠. 각 학과 대표들은 학과 내부에서 중앙운영위원회 안건에 대한 의견을 받아야 하는데, 개회 수 시간 전에 공개된 안건에 대해 의견을 받기는 받았을까요?
더욱이, 저는 해당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놀라운 발언을 들었습니다. 대의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에 가지고 온 안건은 대의성이 덜 요구되는 사안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총학생회는 학생회칙에서 중앙운영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한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경중을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표들은 이에 수긍해 버렸습니다.
학생 사회 운영의 대의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서면의결은 급한 사안에서 대의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긴급함을 이유로 정식 의결이 아닌 서면의결로 대체했다면, 사후에라도 사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학기 초에 몇몇 학생회장들이 학과 구성원들에게 중앙운영위원회 안건을 안내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누구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총학생회장단도, 각 과학생회장도, 일반 학우도 모두 책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안건 준비가 늦어진다면 늦어지는 사정을 조기에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안건이 준비되었다면 대표들이 구성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자신이 대표하는 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자신의 주관대로 논의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대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학우들은 그 대표들이 똑똑하거나, 잘생기거나, 우월하기 때문에 선출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의미에서 선출한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학우들도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업무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하는 학생 대표들이 이런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면, 시스템이 얼마나 빈약한 지 깨닫고 대표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위해서는 대표들도, 구성원들도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특히, 학생회칙 개정이 예정된 지금은 그 변화를 시작할 최적의 시점입니다. 다가올 중앙운영위원회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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