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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을 다니면서’ 중에서
[434호] 2017년 05월 16일 (화) 마상원 학우 (물리학과 16) kaisttimes@gmail.com

시험의 아쉬움과 중간고사를 끝낸 해방감이 아직 남아있던 5월의 어느 여름날의 밤.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이자 신문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친구로부터 ‘독자의 소리’라는 란에 갑천에 관한 글을 써보라고 소개받았다. 나의 대학생활의 반을 갑천과 함께 보낸 만큼 그 친구는 내가 갑천을 자주 다니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갑천에 대해 얘기하자면 수없이 말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갑천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건 작년 가을이었다.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산책을 했던 것이 출발점이 되어,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의 대표 하천이자 학교 앞에서 흘러서 접근하기 쉬운 갑천에 늦게나마 첫 발을 내딛었고, 강의 풍부한 생명력과 그 물줄기의 흐름에 바로 매료되었었다. 약간의 공부를 통해 갑천은 다양한 천연기념물과 지표종이 수중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 그리고 습지 생태계의 경계 없이 순환·서식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보기 힘든 강이었다.

그런 갑천에서 나는 쓰레기를 줍고 있다. 언제였을까... 낙엽이 개울가와 옆 산길에 쌓이고 나뭇가지는 앙상한 뼈대만 남았을 즈음 갑천 곳곳의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풀숲이 하얗게 수그러들어가고 곤충과 철새들이 사라진 갑천은 그 속의 염증을 어김없이 내보였고 나는 주저 없이 집게를 들었었다. 환경정화 활동을 함께 하자고 도움을 요청한 친구들 대다수가 거절을 했지만 나는 혼자서라도 움직여야했다. 최근까지도 근처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 몇 장을 사서 월평공원 습지길을 따라 환경 정화활동을 시작할 때면 작년 가을에 보았던 그 거친 땅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토양을 덮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빼낸 장소에서는 새싹과 풀이 돋아 있었고, 장마철 동안 홍수에 의해 강변의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낸 부분에는 연초록의 순이 자라 있었다. 강가 주변의 수풀 속에는 비닐 같은 큰 쓰레기가 많이 줄었고, 하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냇가의 모래 속에 섞여 있었던 곳은 이제 순수한 자연의 성분만 남아 하천의 자정 작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하천의 수질은 바뀌지 않았는데 그것은 쓰레기를 줍는 환경정화 활동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를 제거해서 하천의 흐름을 늘리고 도시 폐수 관리를 통해 물의 부영양화 등을 방지해야 한다. 최근에는 대전의 환경 단체들과 의원들도 갑천 수질관리를 지적하고 정책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이 늘고 있어서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몇몇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자연을 지키고 세상을 바꾸려면 혼자 주워서 되겠냐고, 환경 단체에 들어가거나 권력이 있는 기관에서 정책으로서 표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 왜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또 다른 사람들은 내게 칭찬을 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줍는 사람도 있음을 배워간다고, 좋은 일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둘 사이에 있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돈이나 체계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행동하면서 자연스레 소중함을 배워나가는 더불어 사는 정이 풍부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상적이라면 이상적이고, 반대라면 반대겠다. 아무튼 내가 가는 곳은 산책로이기 때문에 많은 대전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시민으로서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나의 작은 환경정화 활동으로 갑천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볼 때마다 보람도 느끼고 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자전거를 타고 강의 물줄기를 천천히 거슬러 계룡산 산자락 아래 두계천까지 가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물의 철학과 자연의 이치에 감탄한다. 자연의 모든 것은 그 자체로 또는 다른 것들과 묶여서 또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것을 둘러싸는 것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긴밀한 것. 그래서일까, 현대 문명의 어떤 것도 자연의 무언가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을 지배의 마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겸허한 자세로 하나씩 배워나가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식을 습득하여 박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보려면 타인의 결론이 아닌 나만의 관점에서 깨닫는 지식도 필요하다는 점을 사람들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자연은 그렇게 다가가야 한다.

생각해보니 갑천을 가까이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생물학과 생태계, 화학 약품, 에너지, 환경정책, 지질학 및 지리학, 물리학, 철학 그리고 생각의 깊이 등등. 책이나 이론으로 배운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배운 지식들이기에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갑천을 다니면서 조금씩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여울이 생기고 미호종개도 돌아와서 살아있는 생태계를 이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 다큐의 끝맺음 말로서 이 글의 끝을 맺고자 한다. “눈앞에 보이는 문명의 이기 때문에 자연의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심 하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명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 과제를 푸느냐 풀지 못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땅은 풍요로울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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