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기술로 더 나은 컴퓨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HCI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제 연구 분야로 Human Computer Interaction의 약자이고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을 뜻합니다. 전산학의 관점으로 본다면 기본적으로 더 나은 컴퓨터를 만드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HCI의 독창적인 부분은 컴퓨터와 사람을 같이 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지, 배움에 도움을 주는지, 혹은 협업에 도움을 주는지 등을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과 컴퓨터가 양쪽 축을 이루고 있으므로, 둘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즉 HCI는 사람들이 쓰기 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학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CI는 컴퓨터 공학의 영역인가, 디자인의 영역인가
어느 영역이라고 단정 지어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HCI는 융합 분야이고 컴퓨터와 사람을 같이 봐야 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산업디자인학과, 문화기술대학원, 산업및시스템공학과 등에서도 HCI 연구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각자 보는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컴퓨터 공학에서의 HCI 연구 특징은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본다는 것입니다. 더 나은 기술을 만들어서 학습이나 협업 등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HCI를 보는지에 따라 연구의 양상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목표는 사람이 쓰기 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HCI는 사용자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학문이다 보니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이런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연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교육, 하나는 시민 참여형 기술입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수업시간 같은 경우에 학생들에게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지만, 인터넷 강의의 경우에는 그런 신호가 없다는 점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동영상을 통해 학습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학생들이 얼마나 재생하고 구간 반복을 하는지 추적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동영상은 데이터를 수만 명에게서 모을 수 있고 이를 그래프 형식으로 나타내어 어떤 부분을 뛰어넘는지, 많이 되돌려보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집중해야 할 부분, 돌려볼 부분 등을 알려줄 수 있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비디오재생기를 만든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동영상 중간중간에 관련된 질문을 던져 학생들이 집중하게끔 만들었던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시민참여 기술의 경우에는 교육 분야와 비슷한데 문제의 영역이 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학생들이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수동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 등이 잘 쓰이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예산안을 보더라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이슈에 민감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공공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집행해서 쓰고있는 지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마다 예산 통계가 달라 시민들이 알아보기 어려웠고, 좀 더 간편하게 예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에 버짓맵이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개인 웹페이지, 블로그에 대해
개인 웹페이지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학자라면 개인 웹페이지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를 했고 논문을 썼는지를 웹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어 웹 자체가 학자들에게 마케팅의 수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웹 페이지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줄 방법입니다. 블로그는 유학 생활에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면 더 좋을 것 같아 그 준비 과정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을 편하게 적었는데 많은 분이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고, 학회 등을 가면 제 아이디로 불러주는 분들도 계셔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 아, 쫌! 인터넷 ’ 서비스란
앞서 얘기한 시민참여와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카이스트 내에서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 인터넷 문제였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로는 연결되지 못하는 것을 봐왔는데 의견을 좀 더 모으고 제시할 수 있으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정보통신팀과 많은 얘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정보통신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를 얻지 못해 해결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에 느린 인터넷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가 모이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데이터와 집단의 민원이 모일 수 있는 창구 개설을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방문자 수가 천명도 넘고, 제보가 많은 건물은 몇십 건씩 모이고 있습니다. 주 단위로 1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오면 이를 정보통신팀에 전달했는데 체계적인 대응방법에 대해 고민하셨습니다. 저희는 이 서비스를 통해 대화의 창구 기능을 하는 것이 목표이고, 더 나아가 정책에 대한 담론을 나누고 의견을 모으는 창구로 발전시키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한다면
백 명 이상의 수강생이 있는 강의들이 많이 생기면서 동영상에서와 같은 단방향 소통의 문제 등이 많이 생깁니다. 교수가 학생들을 일일이 보기도, 프로젝트와 피드백을 주기도 어려워 교육의 질이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구상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핸드폰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거나 토의 상황 등을 전달해주는 등의 방법을 캠퍼스에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