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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비 - <이토록 황홀한 블랙>
[433호] 2017년 05월 02일 (화) 김선규 기자 seongyukim@kaist.ac.kr

  색채는 인간의 추상을 자극하고 상징을 띤다. 이 때문에 인류의 사건이 다양한 색으로 물든 것도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색은 오랫동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은 색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인간의 이면을 담아낸 검은색의 역사를 감상하고 찬미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깊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강렬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블랙’의 의미를 추적할 수 있다.
 
  “검은색은 색이 아니다.” 책의 머리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을 빌려 검은색에 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검은색은 눈에 보이는 다른 색과는 달리 빛의 파장 변화에 따라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완벽한 검은색은 우리의 인지 속에 존재할 수 없고 이 불완전성에서 검은색은 고정되지 않는 의미를 띨 수 있었다.

  태초의 검은색은 공포와 허무의 의미가 있었다. 기독교의 천지창조, 북유럽 신화의 태초 등 대부분 신화에서 인간 이전의 세상에는 깨어나지 않은 신과 암흑만이 있었다. 밤을 두려워하던 이들의 상상이 검은색을 무(無) 혹은 두려움의 상징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인 <류트를 타는 여인>에서 옅은 미소를 띤 여인을 우아하게 그려낸 것은 다름 아닌 검은색이다. 또한,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한 신사의 옷의 세련된 촉감과 광산에서 석탄을 나른 소녀의 거친 피부의 감촉도 가장 어두운 색 위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블랙’은 역사, 미술, 종교, 패션 등에서 그 본연의 어두움만 제외하고 변해왔다. 많은 이들은 검은색에 열광했으며, 검은색이 의미를 갖지 않는 문화는 존재하지 않을 만큼 인간의 마음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수많은 검은색 기호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류의 역사를 따라가게 된다.

  검은색은 모호했기에 매혹적이었다. 단정될 수 없다는 역설로 수많은 사람의 메시지를 녹여냈다. 인간 그리고 당신의 이면은 그 어떤 다른 색이 아닌 ‘블랙’에 스며들어 있다. 그렇기에 당신은 검은색이 몇 가지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 속에서 검은색에 담긴 인간의 이면을 선명히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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