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감도 무사히 끝나갑니다. 교열이 끝난 책상 위에 무수히 남겨진 이면지들은 이번 마감도 치열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오늘도 독자들과의 신뢰를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학생사회는 그동안 쌓아 올린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26일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학부 생활관자치회(이하 생자회)의 폐쇄적인 운영과 예산 운용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생자회는 기숙사비 인상에 관해 내용 공개 및 의견수렴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생활관비에서 연간 7천만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배정받았음에도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생자회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단체인지,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정작 생활관비를 내는 학우들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감사위원회의 직무감찰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2년간 생자회의 월급이 두 배나 인상될 예정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모범 임원을 선정해 1인당 40만 원을 챙겨갔습니다. 1천 5백만 원 상당의 생활관비를 사용해 일반 관광 일정이 대부분인 해외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학우들은 이 충격적인 감사 결과에 분노했습니다. 만약 감사위원회의 직무감찰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학생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때, 학생사회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부패한 조직의 색출을 통해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이는 학생사회가 성숙하기 위한 과도기일 수도 있습니다. 기금 운영을 정비하고, 보다 엄밀한 규정을 마련하라는 경고일 수도 있습니다.
신뢰를 쌓아 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힘들게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한 마디의 말이면 충분합니다. 이미 추락한 신뢰도는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곧 벚꽃이 캠퍼스를 아름답게 수놓을 예정입니다. 캠퍼스에도 봄이 오듯, 학생 사회에도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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