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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하늘에서 별을 보다
[432호] 2017년 03월 28일 (화) 조용원 학우 (새내기과정학부 17) kaisttimes@gmail.com

졸업의 아쉬움과 마침내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2017년 2월의 세 번째 월요일, 새터 시작보다 하루 일찍 도착한 소망관에서는 저마다의 기대를 안은 동기들이 분주하게 짐을 옮기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바뀌는 대학 입학이지만 특별히 설렌다거나 새로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함께 기숙사 학교를 다니던 많은 고등학교 동기들이 함께 진학을 했고, 연구 활동 등으로 한두 달씩 머무르곤 했던 북측 기숙사에 다시 온 탓에 오히려 익숙한 기분마저 들었다.

마침 생일을 맞은 3년 지기 친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저녁 느즈막히 어은동의 한 가게를 찾았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치킨과 콜라면 충분했던 우리의 생일상에는 어느새 초록색의 병이 하나 둘쯤 놓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서로의 방학생활과 앞으로의 계획을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계는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리가 파할 조짐을 보일 즈음, 강변을 가자는 한 친구의 제안으로 우린 편의점을 들러 갑천으로 향했다.

늦겨울 갑천의 밤은 생각보다는 꽤 추웠다. 영하 3도씨를 가리키던 아이폰의 전원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서로의 옷이 얇아 춥다며 강변을 가자고 제안했던 친구를 장난스럽게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삼십여 분, 습관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갑천의 하늘은 대도시의 밤하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맑고 깨끗했다.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예이츠의 ‘하늘의 천’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하늘 좀 봐봐. 별 많다.” 추위에 떨던 친구들을 불러 다 같이 하늘을 바라다보며 별자리를 찾았다. 역시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리온자리였다. 겨울철을 대표하는 별자리 오리온자리는 별을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도 이름은 들어 보았을 법 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자리 중 하나이다. 오리온자리의 왼쪽 꼭짓점에 위치한 1등성 베텔기우스는 사냥꾼의 어깨를 당당하게 빛내고 있다. 시선을 조금만 옮겨 보면, 밤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인 시리우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리온의 사냥견’ 큰개자리의 알파별인 시리우스는 겨울철 남쪽 하늘을 빛내는 대표적인 별이다. 시야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있다. 베텔기우스, 시리우스, 프로키온 이 밝은 세 별을 이은 것을 겨울철의 대삼각형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습관적으로 겨울에 밤하늘만 봤다 하면 늘어놓는 이야기를 마치고 나자, 친구들은 추위를 잊은 채 저마다 별자리를 찾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워낙 깨끗해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포함한 큰곰자리, 북두칠성을 이루는 두 별을 이은 직선상에 있는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비롯한 유명한 별자리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2017년 늦겨울, 갓 스무 살의 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갑천의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별을 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0살 때였다. 지금은 S대학교 항공과를 다니고 있는 두 살 터울의 사촌형은 그 당시 이미 개인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면서 천문올림피아드와 같은 대회도 준비 할 만큼 똑똑한 영재였다. 그런 형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경쟁심도 느끼던 나에게 형은 명절에 시골에서 만날 때면 하늘을 보며 저 별은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저 별은 시리우스 하면서 설명을 해 주곤 했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다지 전문적인 내용도 아니었지만, 역시 과학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던 나에게 그 때는 형이 너무나도 멋졌고 한편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다. 그 때부터였을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겨울의 밤하늘을 볼 때면 겨울철의 대삼각형을 찾으며 아는 척을 하곤 했다. 자주 왕래하며 함께 자라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형을 뒤따라 고입 준비와 과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늦은 밤에 귀가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항상 습관적으로 오리온자리를 찾으며, 북두칠성을 찾으며 주변 친구들에게 별자리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어쩌면 그 별자리 이야기들이 열 살 아이의 순수한 초심을 상기시켜 주며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비록 관심 분야는 천문과는 연관이 적은 생명과학이지만 별자리들은 과거 바이킹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밝은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처음 형에게 설명을 들을 때부터, 고입 공부를 할 때, 갑천에서 새로운 다짐을 할 때, 심지어는 오늘과 내일 밤에도 밤하늘의 그 별들은, 언제나처럼 빛나며 나를 독려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별들을 볼 때, 나는 다시 열 살의 과학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오늘 밤에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대전의 밤하늘에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언제나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또 만일 같이 밤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면, 이 별은 시리우스, 저 별은 베텔기우스 하며 아는 척을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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