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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과 관능의 화가, 미디어 아트로 다시 태어나다
[432호] 2017년 03월 28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황홀한 금빛과 관능적인 눈빛의 작품이 특징인 미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재구성하여 소개하는 전시회가 S-Factory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그렸던 벽화들과 수많은 스케치에 애니메이션을 입혀서, 정지된 그림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100여 년이 지나 현대적으로 창조된 그의 작품들을 <클림트 인사이드> 전에서 만나보자.

기존의 통념과 학문에 보내는 조소
남녀가 아름답게 입을 맞추는 클림트의 대표작 <The Kiss>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를 낭만적인 화가로 기억한다. 이상적인 사랑과 황홀함 등의 명사들이 클림트에 대한 대중의 얕은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음울한 이미지들이 만들어낸 영상과 LED아트는, 이러한 대중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고통스러워하는 인간들이 아수라를 이루는 그의 벽화 작품 <Philosophy/Medicine/Jurisprudence>가 디지털로 다시 태어나 더욱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재생되고 있다. 클림트가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의뢰한 빈 대학교 대강당 천장화로 만든 이 벽화는, 세 개의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작품 <Jurisprudence>는 하단의 야윈 노인이 문어에게 포획되어 몸부림치고 있고, 이를 ‘정의’로 표상되는 한 여인이 무심한 눈빛으로 방관하고 있다.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법학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작품 <Medicine>, <Philosophy>도 해당 학문에 대한 조소가 엿보인다. 각 작품에서 의학과 철학을 상징하는 상관물들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지식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의뢰받은 그림에, 클림트는 기존 지식 체계에 관한 냉소를 담아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회화적 표현마저 섬뜩했기에, <Philosophy/Medicine/Jurisprudence>는 대학 측의 반발로 결국 빈 대학교 대강당에 장식되지 못했다.

원초적인 예술로의 회귀를 노래하다
음울한 이미지들을 접한 후에, 관람객들은 세 벽면을 차지하는 벽화 작품 <the Beethoven Frieze>을 재구성한 영상 앞에 놓이게 된다. 영상은 클림트가 설계해놓은 줄거리를 충실히 따르며 재생된다. 애타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받아들인 금빛 갑옷의 기사가, 질병, 광기, 음욕, 외설 등을 상징하는 괴물들을 물리치며 신격화된다는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기사가 신격화되는 부분은 배경에 배치된 금빛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한 여인에게 안겨져 있는 기사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따뜻해 보이지만, 관능적인 연인의 포옹으로도 보이게끔 그려진다. 이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악의 요소들이 예술을 통해서야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다는 클림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클림트는 기존의 통념에 환멸을 느끼고 결국 관능적인 예술에 귀의한 예술가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중적인 여성상을 화폭에 옮긴 화가
실제 클림트의 여자관계가 복잡해서일지는 몰라도, ‘여성’은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모티프로 작용했다. 전시장 끝에서 보이는 작품 <팜므파탈>은 그의 작품 중, 신화 속 여성들을 팜므파탈로 재해석한 그림들을 엮어 만든 비디오다. 성녀(聖女)와 요녀(妖女)가 공존하는 그의 여성상을 보여주듯, 작품 속 여성들은 종잡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관능적인 눈빛을 하고 있다. 신화 속의 얘기와 어울려, 여성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은 채 성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있다. 어두운 분위기의 여성들을 뒤로하고, 작품의 배경으로는 암청색 바다가 무겁게 일렁이고 있다. 한없이 너그럽지만 때로는 무자비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바다는 요녀에 대한 공포에 가까운 경외와 성녀에 대한 종교적인 존경심이 공존하는 클림트의 이중적인 여성관과 닮아있다.

클림트는 보수적인 사조로 흘러가던 미술계에 개혁을 이룩하고자 ‘분리파’라는 미술양식을 개척했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클림트가 회장을 맡았던 빈 분리파의 표어이다. 오늘날, 다소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러한 시대정신들은 이번 전시에서 미디어 아트를 만나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했다. 그의 진보적인 철학들이 앞으로도 어떻게 변용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지 기대가 된다.

 

 

   
▲ Medicine

 

   
▲ Jurisprudence


사진 | 클림트 인사이드 제공
장소 | 성수 S-Factory
기간 | 2016.12.08. ~ 2017.04.18.
요금 | 12,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1522-1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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