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선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정치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만장일치로 인용되었습니다.

  우리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이 법적 절차에 따라 파면시켰습니다. 파면 사유 역시,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과 원칙을 어기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박근혜 정부는 이미 그 정당성을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부터 파면까지, 국민들은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국민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은 그 누구보다 평화적으로 권력의 심장을 겨눴습니다. 촛불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애석하게도 박 전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촛불 민심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 더욱 강해졌습니다. 국민들은 이념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잣대를 통해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의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극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직 치료해야 할 상처가 많이 남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잔뜩 짓밟혔던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줬던 국정농단 사태의 관련자들은 공정한 재판 아래 그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언론에서는 몇 개월째 국정 농단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까닭은, 이번 만큼은 우리 사회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을 견디며 민주주의의 씨앗을 품었습니다. 유신의 망령이 종말을 고한 이때, 비로소 우리는 그 씨앗의 꽃을 피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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