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KAIST에 입학한 뒤로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너도 안해본게 있어?’라고 물어보지만 그렇게 많은 일들 중에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2014년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동아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도 항상 정해져 있었다. 방금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 17학번이 들어왔던데, 3년 전이면 어쩌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2015년도 봄, 나는 과 대표였다, 물론 지금은 전과했지만. 6개의 전공과목을 들었다, 물론 이 때 망한 평점이 아직도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2015년도 봄은 힘들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2015년도 가을, 나는 입학 전부터 그려왔던 나의 대학생활 목표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갔다.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카이스트 학우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농구선수가 되었고, 학기 말에는 대강당에서, 850여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학기가 끝난 후에는, 교환학생으로 처음 유럽에 가보았다. 그리고 친구 2명과 함께 동아리의 창립자가 되었다.

  2016년도 봄,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이 때부터 내가 힘들지 시작하지 않았을까.

  2016년도 가을, 학기 시작과 동시에 내 손으로 만든 뮤지컬을 올렸다, 배우가 아닌 연출로, 그리고 각본가로. URP에 참여했다. 뮤지컬의 세계 수업에서 처음으로 A+를 받았다. 겉보기로는 완벽한 학기였다. 학점, 연애, 동아리를 다 잡았으니.

  3년동안 참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항상 힘들었다. 특히 바쁘게 살아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힘들 때 마다 ‘나는 언제 행복했나,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럴 때 마다 교환학생으로 갔던 Stuttgart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나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잔고를 몽땅 털어 파리행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출발하기 전에 여행의 테마를 정하면서 결심했다. 나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와 친해지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행을 하자고.

  하지만 6살 차이의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내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지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본 영상은 나에게 이 문장을 들려주었다.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왜 참아야 하죠? 2014년 청춘페스티벌에서 연사로 나온 가수 요조가 한 말이다. 이 문장을 듣는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너무 완벽하게 저 문장에 들어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오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생각하겠노라고, 선생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마시멜로가 너무 먹고 싶으면 먹겠다고 다짐한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나에게 무엇이 남았는지가 뭐가 중요할까. 지금 내가 존재하는 매순간 행복하자고 다짐한다.

  2017년 봄, 이제 학기가 막 시작되었지만 나는 똑같이 고민한다.

  ‘이번 학기는 뭘 하고 살아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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