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서 생활하다 보면 감사할 일들이 참 많다. 학생으로서 누리는 권리들은 물론, 교내 크고 작은 행사들도 대다수의 학우들에게 열려있다. 우리는 무심코 이러한 기회들을 지나치거나, 혹은 별 생각 없이 즐기고 참여하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모든 일에는 그 뒤에서 고생을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의 경험이자, 하나의 예시로 이야기를 꺼내본다. KAIST에서 학우들의 복지 활동 및 증진을 위해 일하는 KAIST 학생복지위원회가 있다. 위원장인 나를 포함해 현재 25대 학생복지위원회가 일을 하고 있다. 학생복지위원회는 총학생회 산하의 상설위원회로 학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복지사업들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딸기파티, 북마켓, 계산기 및 야구잠바 공동구매 사업, 학기말 기숙사 택배사업, 추석귀향버스 표 판매사업 등의 사업과 함께 대여사업, 코인노래방 운영 등의 상시 사업도 진행한다.

  학생복지위원회는 3년의 임기를 조건으로 한다. 일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요인이자, 학생복지위원회의 위원들을 오랜 시간 학생사회에 봉사하게 하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랜 기간 학생사회를 위해 일하다 보면, 우리는 소소한 것들에 행복을 느끼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활동 중 가장 보람차고 행복한 시간은, 학우들을 위해 일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이다. 그러나 때론, 학우들과 소통하면서 사업을 하면서 학우들과의 사소한 마찰이 생길 때, 혹은 사업이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할 때의 좌절감 또한 상당히 크다.

  일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학우 분들께서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씀은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이런 일도 하셨네요. 고생이 많으세요.’이다. 고마운 말씀들 속에서도 학생복지위원회의 사업들에 대한 무관심에 걱정이 많아지는 부분이다. 실제로 학우들은 학생복지위원회의 사업들을 모르는 경우도, 사업을 이용하면서도 학생복지위원회가 하는 사업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학부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인 여러 자치단체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뿐만 아니라 학우 분들과의 마찰이 생길 때는 더욱 상처다. 학내 커뮤니티 등에 쓴 소리들이 올라올 때면, 비판적 시각은 학우 분들의 당연한 권리임을 인지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기껏해야 이제 3학년이 된 15학번 대학생 중 하나로서 무엇을 논할 자격이나 될까 생각되지만, 학생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열정으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비단 자치단체들뿐만 아니라 여러 동아리, 모임들이 학생들을 위해 여러 방향으로 일하고 있다. 학우들은 학생사회의 여러 단체들을 통해 많은 권리들을 얻게 되지만, 나의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그 권리들이 당연하고 감사할 줄 몰랐던 것 같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그간 누려왔던 혜택과 권리들이 누군가의 노력, 희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들을 깨달았고, 학생복지위원회의 노력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투덜대던 나의 이중적인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비판적인 생각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이며, 받아들여야 할 의무이다. 또한 이러한 비판적인 생각들은 이후의 여러 사업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단체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의견이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자세로,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 또한 그들을 통해 무언가를 얻었고 권리를 누렸으며, 그들 또한 나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순환하는 고리인 셈이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하는 모습 중 하나로 현재는 격려금 지급 등의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들이 그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일들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학생사회에는 열정으로 학우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학우들이 있으며, 이들의 노력을 다른 학우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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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 마음> 전문은 본지 누리집 (times.kaist.ac.kr)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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