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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체제를 고발하다
반디 - <고발>
[431호] 2017년 03월 14일 (화)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북한을 생각하면 흔히 뉴스 화면 속의 핵무기, 군기 가득한 광장 속 군중들을 내려다보는 절대군주와 같은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불과 70년 전만 해도 한 민족이었던 그들은, 이제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달라져 삶의 모습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암흑세계가 되어버렸다.

  반디라는 필명의 북한 소설가는 ‘북녘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의분으로,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글’이라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북한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던 독자들에게 북한 서민의 삶과 체제의 실상에 대해 고발한다. 희망의 출구가 없는 북한에서의 삶은 숨 막히는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북한은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사회였다. 첫 번째 단편 <탈북기>의 리일철은 아버지가 한 모판의 모를 실수로 죽였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고향에서 쫓겨나 압록강 근처로 이주당했다. 아이를 그토록 좋아했던 그의 아내는 아이에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 피임약을 먹었고, 이후 조카에게까지 피해가 가자 탈북을 결심한다.

  북한은 철저한 계급정치의 힘에 압도되어 자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단편 <유령의 도시>에서는 폭우 속에서도 도시에 널려있던 100만의 인원을 45분 만에 질서정연하게 모은다. 삶을 부지하려면 그 무언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광장에 끌려가야 했다. 단편 <지척 만 리>의 명철은 쓰러진 어머니가 사는 곳이 국가 원수와 관련된 ‘일 호 행사’가 예정된 곳이라는 이유로 여행증을 발급받지 못했고, 몰래 길을 떠났다가 강제 노동을 하고 돌아온다. 그가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천 리 밖으로 여기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짐승만도 못하다고 여기는 순간, 어머니의 임종 소식이 들려온다.

  믿을 수 없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평생을 연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살아간다. 현실 직시 후의 고통이 더 크기에 그냥 순종해버리기도 하고, 탈출을 감행하거나 죽음을 택한다. 한 소설가의 목숨 건 고발은 탈출구를 찾고자 하는 구원 요청인 동시에 분노에 끓은 고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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