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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유전학, 빛으로 그리는 밝은 미래
[431호] 2017년 03월 14일 (화) 김유빈 기자 betty4003@kaist.ac.kr

  광유전학(Optogenetics)은 지난 몇 년간 우울증, 기억상실증 등 정신적 질환은 물론이고, 암, 유전적 시각장애 등 신체적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했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광유전학 임상시험이 시작되었다. 광유전학의 수많은 연구 성과들을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하기 시작한 과도기인 지금, 광유전학의 역사와 미래 그리고 그 속에 예상되는 한계점들을 짚어보자.

  광유전학이란 말 그대로 빛과 유전학을 접목해 빛으로 생체조직의 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는 빛의 유무에 따른 세포의 반응을 통해 해당 세포의 기능을 밝혀내거나, 원하는 대로 세포를 조절하는 기술이 바로 광유전학이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해온 약물이나 전기 자극 같은 경우, 좁은 범위의 특정 세포만을 정확하게 자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큰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약물은 신체에 남아 부작용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달리 빛은 원하는 부위만, 원하는 강도로 자극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빛은 몸속에 남지 않으니 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채널로돕신을 쥐에 주입하며 시작돼

  광유전학의 시작은 지난 2005년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 칼 다이서로스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한 연구는 학계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이 연구는 녹색식물, 그중에서도 녹조류에 착안해 시작됐다. 녹조류에는 빛의 유무에 따라 채널이 열리고 닫히는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 ChR2)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빛과 관련된 채널로돕신의 특성을 다른 세포에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채널로돕신을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유전자 형태로 쥐의 뉴런에 주입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바이러스 벡터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유전자를 숙주 세포에 삽입하고자 할 때 사용되는 DNA 분자이다. 연구팀은 조작한 세포의 유전자가 발현되면 채널로돕신 단백질이 형성되고, 채널로돕신이 생긴 뉴런에 청색광을 비추면 녹조류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채널이 열리며 소듐이온이 세포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2년 후 듀크 대학교 조지 어거스틴 교수 연구팀은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가진 살아있는 쥐를 실제로 만들어 내며 광유전학의 실현 가능성까지 뒤이어 증명해냈다. 다른 자극 없이 오직 빛만으로 신경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생명체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들은 지금까지 2,000여 편이 넘는 논문에 인용될 정도로 당시 큰 파장을 불러왔음은 물론이고,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국내외로 주목받은 광유전학 연구들

  그 후 광유전학의 열린 가능성을 좇아 최근 10년간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MIT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 연구팀은 2013년 처음으로 쥐에게 거짓 기억을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기존의 부정적인 기억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실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작년에는 미국 콜로라도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원격으로 동물의 뇌 신경세포에 빛을 비추는 다기능성 신경 탐침 무선장치를 개발해 광유전학을 한층 더 간소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우리 학교 허원도 교수 연구팀의 경우, 칼 다이서로스 교수 연구팀이 대상으로 한 뉴런뿐만 아니라 기타 일반 세포를 대상으로 다양한 광유전학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4년에 발표된 광유도 분자올가미 기술(Light-Activated Reversible Inhibition by Assembled Trap, LARIAT)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작은 면적에 빛을 비추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올가미 형태의 단백질 복합체가 형성되며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같은 해 발표된 단백질 활성 유도 기술(OptoTrk receptors)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기존의 신경세포 성장물질과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결합한 신경 성장 인자 수용체(OptoTrk)에 빛을 비추면 신경세포의 분화가 빨라지는 기술이다. 지난해에는 세포 소기관들의 이동을 빛으로 통제하는 새로운 광유전학 기술(IM-LARIAT)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국내외로 세포의 이동, 성장, 분화와 관련된 다양한 광유전학 연구들이 원숭이나 쥐 등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검증되거나,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인체를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 시작해

  광유전학의 역사는 바로 작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인체에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작년 3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안과연구소, 존스황반기능연구소 등은 미국 사우스웨스트 망막연구재단의 시각장애인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사상 첫 광유전학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환자들이 앓고 있는 질병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망막색소변성증이다. 망막의 시각세포 중 광수용체 세포는 빛을 받으면 즉각적으로 그 신호를 대뇌 시각중추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바로 이 광수용체 세포가 손상되어 시력이 점차 감소하는 진행성 유전병이다. 지금까지 광유전학 연구들은 따로 분리해 놓은 세포, 쥐와 같은 실험용 동물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임상시험을 통해 이 한계는 넘어선 셈이다.

  연구진은 청색광을 비추면 활성화되는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의 DNA를 이용한다. 원숭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녹조류의 DNA를 삽입한 부위에 청색광을 쬐면 손상된 광수용체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연구팀은 앞으로 2년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해 이 기술이 인체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 가능한지 검증할 계획이다.
새롭게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점들

  그러나 이 기술을 인체의 모든 부위, 특히 뇌에 적용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쥐를 대상으로 진행해 놓은 우울증이나 기억 상실증과 관련된 실험을 똑같이 인체에 적용하려면 사람의 뇌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쥐에게 거짓 기억을 심는 연구가 가능했던 이유는, 해당 반응과 관련된 쥐의 뇌 속 뉴런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정확한 신경 세포 연결망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쥐에게 적용한 방식 그대로 인체에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현재 사용되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은 낮은 해상도로 인해 광유전학에 사용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임상시험 또한 뇌가 아닌 눈에 한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뇌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그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아직 증명되거나 시도한 바가 없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진행된 새로운 연구들은 세포 연결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만은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녹색형광단백질(GFP)을 이용한 신경망 지도 제작 기술(mGRASP)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mGRASP는 둘로 나눈 GFP가 다시 하나가 될 때 내는 빛을 기록해 신경세포 간 시냅스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빛은 신체 조직을 완벽하게 투과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갖는다. 청색광의 경우, 파장이 몸 깊이 침투할 정도로 길지 못해 피부 아래 3~4mm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세포를 따로 분리한 후 빛을 비추거나, 광섬유를 실험 대상의 뇌에 직접 삽입해 빛을 전달하는 등 몇 가지 대안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인체의 경우 이러한 방법들은 적용할 수 없다. 고주파 전기자극을 통해 치료하는 파킨슨병 등에 사용하는 전극과 비교하면 광섬유의 크기가 현저히 작긴 하지만, 여전히 광섬유를 삽입하는 방법의 경우 위험성이 크다.

윤리적 문제도 충분한 논의 필요해

  광유전학의 상용화가 가까워지면서 윤리적 문제점들도 지적을 받고 있다. 많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윤리적 문제를 함께 안고 있듯이, 광유전학도 그 활용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세포 소기관의 이동을 통제하는 기술은 세포, 기관을 넘어서 개체를 통제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특정 부위에 빛을 비추어 강박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정상인에게 강박증이 생기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는 의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광유전학 기술은 타유전자 조작 기술과 마찬가지로 정확히 어느 범위까지 기술의 이용을 허용할지 관련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기술적 한계점들을 완벽히 극복하고, 윤리적 쟁점에 대한 충분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광유전학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 자체는 굉장히 방대하다. 허 교수는 “광유전학은 기존의 다른 기술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로서 생물학 연구나 뇌과학 연구를 다양한 방향으로 선도하는 분야이다”라며 광유전학이 가져온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강조했다.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세포, 동물을 넘어서 인간에게까지 도입되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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