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7.15 월 23:40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문화
     
상실 속에서 발견한 타인의 가치
니시카와 미와 - <아주 긴 변명>
[430호] 2017년 02월 28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 (주)영화사 진진 제공

  개인의 희망과는 전혀 무관하게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잃으며 산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잃어버린 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시금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외도하던 남편이 아내를 잃고 아주 느리게, 그래서 아주 긴 변명을 시작하는 영화, <아주 긴 변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시치오는 자신의 성씨조차 부끄러워할 정도로 자존감이 결여된 유명 소설가이다. 그의 아내, 나츠코는 그런 그에게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세심한 성격의 미용사이다. 나츠코는 시치오의 머리를 잘라준 후, 그녀의 오랜 친구 유키와 우정 여행을 떠난다. 그사이 시치오는 그의 제자이자 내연녀인 치히로를 불러 정사를 나눈다. 다음날, 시치오는 내연녀와 함께 소파에서 아내를 태운 버스가 언 강으로 떨어져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단 것을 알게 된다.

  아내를 잃고 시치오는 나사가 하나 빠진 듯이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치히로를 불러 강제적인 섹스를 시도한다. 여러 카메라가 있는 장례식장 앞에서도 그는 짐짓 슬프지만 슬픔을 이겨낸 듯 나츠코를 추모한다. 그러던 중 어쩌다 인연이 닿게 된 유키의 남편, 요이치의 어린 자식 둘을 맡게 된다. 아내를 잃은 공허함인지, 시치오는 두 아이를 맡기를 강력히 원했다.

  그동안 자식이 없었던 시치오가 육아 아닌 육아를 전담하며 극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그의 얼굴에서 슬픔에 빠진 무기력함 대신 웃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후배는 그보고 현실에서 도피하지 말라며 쓴소리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요이치의 집을 가꾸지만, 반대로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시치오의 집이 이를 잘 보여준다. 슬픔을 피하려고만 하는 시치오는 아내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이치를, 사실은 몹시 부러워한다. 요이치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 할 때, 시치오는 취기에 요이치에게 화를 낸다. 단지 부러웠을 뿐이다.

  영화는 결국 타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크게 타인과 관계를 맺는 부분, 그리고 타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영화 전반부에는 얘기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을 장면에 담아 수동적인 자아를 강조하는 반면, 후반부에는 화자로서 주인공이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긴다. 시치오는 아내를 잃고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모순과 불신에 빠지지만, 요이치의 자식들을 통해, 또 요이치를 통해 삶을 다시금 배우고 자신을 건설해나간다. 삶의 아픔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지만, 결국 요이치는 시치오의 인생 선배였던 것이다.

  ‘인생은 타인이다’, 시치오가 자신의 소설에 쓰는 문장이다. 이 글귀에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해나가는 동안,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 시치오가 느낀 교훈이 집약되어 있다. 자신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됨을 느끼며 시치오는 타인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을 것이다. 한 번쯤은 자기가 맺은 관계들을 찬찬히 살피며 타인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박재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박현석 | 편집장 곽지호
Copyright 2010-2019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