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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조화와 공존, 순환의 섭리를 예술로 표현하다
[430호] 2017년 02월 28일 (화)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많은 캠페인이 환경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 세종 미술관에서 세련된 회화법과 건축물을 통해 자연을 말하는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전이 열리고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회화가이자, 건축치료사, 그리고 환경운동가로서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을 고민했다.

독특한 관점으로 작품을 보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신의 작품을 마치 아이처럼 여겼다. 전시장 벽에서 간격을 두어 작품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가 하면, 시적인 이름을 부여해주기도 했다. 작품 하나하나의 개성을 인정하여 고유번호를 새겨놓는 동시에, 많은 사람이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판화로 제작해 여러 개를 찍어냈다.

  그는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기도 하는데, 작품들에 다양한 색감을 조화롭게 사용해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이미 형광 색상을 사용했으며, 곡선 강조를 위해 보색을 함께 썼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하늘 아래 수직인 것은 인공이며, 수평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위아래의 구분이 없는 작품을 많이 그렸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 <자동차와 빨간 빗방울>, <위에서 본 도시> 등에서 나타나듯 기존 화가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림을 그렸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작품을 늘 위에서 아래로만 봤던 고정관념을 자연스레 깨게 된다.


병든 삶을 치유하는 건축치료사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지향했다. 건축물 모형 <블루마우 온천리조트>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올법한데, 실제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많은 미술팀이 영감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눈을 닮은 집, 부드러운 언덕, 각기 다른 창문은 단번에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그의 건축물은 유기적인 형태가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편한 느낌을 준다.

  작품 자체의 미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경제적 가치도 뛰어나다. 옥상정원의 나무로 인해 난방비 절감에 탁월하다. 또한, 객실이 판매될 때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에 0.6유로가 기부되는데, 1년이면 축구장 크기의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킬 수 있다. 무미건조한 건물들 속에서 사람들이 병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자연을 닮은 건축을 통해 사람들을 치료하고자 했다. 꿈 속의 집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건축물 앞에서 관객들은 오래도록 머물게 된다.

 

자연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했던 훈데르트바서는 아픔을 자연으로 치유하며, 자연의 섭리와 모습을 작품세계와 소재에 녹였다. 그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해 모든 작품에 곡선만을 사용했다. 다른 아티스트가 버린 캔버스 위에 덧칠하여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작품 <피의 비가 내리는 집들>은 녹색과 붉은색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고통을 말함과 동시에 자연을 통한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또한 환경 운동에 매달렸다. 환경보호 지침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직접 그린 포스터를 판매해 수익금을 환경 프로젝트, 캠페인, 환경 소송 등에 사용했다. 녹지 보전, 산성비, 핵에너지 반대, 바다 살리기 등의 다양한 주제에 걸친 환경 보호 운동을 펼쳤던 그는 이상적인 예술로써 자연을 말하는 작가가 아니라, 실천에 옮긴 진정한 환경운동가였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있다

  훈데르트바서는 나선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순환이 나선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행복한 죽은 이들의 정원>에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다. 이는 자기 죽음을 예견한 삶의 예고편같기도 하다.

  훈데르트바서는 삶에 있어 조화와 공존, 그리고 순환의 섭리를 화려한 색채와 아름다운 건축기법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잊고 살았던 자연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사람들, 자연까지 치유하고 싶어 했던 그의 용기가 바로 전시장의 관객들이 작품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 RCH 100, 블루마우 온천리조트 모형
 ©2016 NAMIDA AG,Glarus,Switzerland

사진 | 스타앤컬쳐 제공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기간 | 2016.12.14.~2017.3.12.
요금 | 15,000원
시간 | 10:30 ~ 20:00
문의 | 02)555-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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