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킹조지 섬에 세종기지를 세워 남극을 연구한 지 20년이 지나, 새로운 대륙기지를 건설하려 한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건조되어 연구 지역과 범위가 넓어지고, 질도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기지 건설과 아라온호 건조의 의의를 알아보며 극지연구 연재를 마무리 한다

킹조지 섬을 벗어나 새로운 기지로
남극대륙 자체의 대기, 빙원과 빙원 아래를 연구하는 ‘남극다운 연구’를 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남극대륙에 제2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남극 반도의 북쪽에 있는 킹조지 섬에 세종기지를 짓고 남극을 연구한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킹조지 섬을 벗어나 남극대륙을 연구할 때가 되었다.

대륙기지 건설 사업은 2006년부터 시작되어, 올해에는 후보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남극대륙은 무엇보다도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 2008년 1월 러시아내빙선 아카데믹 페도로프호를 타고 후보지를 답사한 결과, 남극대륙의 해안과 얼음은 킹조지 섬이나 남극 반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새로운 기지를 지을 때는 많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접근 및 물자운반의 가능성과 방법, 연구내용과 연구원들의 안전과 미래 확장가능성도 그 일부이다.


대륙기지 건설로 성장하는 남극연구
남극대륙 연구기지 건설은 크게 네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지구의 환경변화를 담은 역사책이나 다름없는 빙원을 직접 굴착해서 연구재료를 얻을 수 있다. 얼음연구에서는 얼음의 성분변화에 따른 지구기후변화는 물론 남극대륙 지형의 변화, 얼음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태양과 지구의 관계를 알 수 있다.

둘째, 대기과학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층대기의 지배를 받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등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극지는 지구자력선이 지자기극점으로 모이는 곳으로, 태양활동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으므로 극지 고층대기 연구가 중요하다. 또한, 남극대륙의 차고  큰 빙원에서 생기는 기상현상도  새로운 연구 분야이다.

셋째, 지질과학을 비롯해 운석연구는 그 연구재료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남극대륙의 오래된 지층을 연구할 수 있고, 운석을 더 많이 채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아직 우리나라의 남극연구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인체적응 같은 의학과 심리학 분야와 물질변화 같은 극지 응용 자연과학도 발달할 것이다.

북극에서도 외국과 함께 연구 진행중
우리나라는 2002년 4월 스피츠베르겐 섬에 북극 다산기지를 설립한 이후 매년 연구원들이 북극으로 찾아간다. 북극에서의 주요한 연구분야는 대기과학, 가스 수화물과 해양생태 연구이다.

대기과학 연구는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며, 2008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와 노르웨이 극지연구소가 공동으로 니알슨 제펠린관측소에서 구름 응결핵을 연속 관측하고 있다. 이 관측은 국제사회에서 처음 시작한 연구로, 북극기후시스템의 인자 사이의 피드백에 관한 증거를 얻으리라 기대한다. 또한, 다산기지 주변의 툰드라생태계를 이해하려고 육지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측정한다.

가스 수화물(gas hydrate) 연구는 2003년부터 러시아, 일본과 공동으로 오호츠크해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2008년에는 380m의 아주 얕은 수심에서 가스 수화물을 발견했다. 가스 수화물이란 메탄가스가 물과 결합해 얼음 덩어리처럼 되어 해저에 묻혀 있는 것을 말한다. 가스 수화물은 동해를 비롯한 해저에 분포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개발할 방법이 없다. 현재 가스 수화물 개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발이 된다면 큰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나아가 연구지역의 해저에서 발견된 가스 플레어로 보아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가 분출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해양생태연구는 오호츠크해와 시베리아 북쪽의 바다에서 해양생태계를 감지하려는 목적으로 일반해양자료를 축적한다.

얼음을 깨며 남빙양을 항해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는 2009년 12월 18일 인천항을 떠났다. ‘아라’는 바다를 뜻하는 우리말이며 ‘온’은 전체를 말한다. 아라온호는 남빙양에서 쇄빙 시험을 하고 남극 제2기지의 후보지를 답사한 다음 4월 하순 돌아올 예정이다.

아라온호는 전체길이 111m, 폭 19.0m, 설계흘수 6.8m로, 총 무게는 7,487t이다. 승선인원은 선원 25명과 연구원 60명이며, 두 대의 헬리콥터를 적재할 수 있고 25t 크레인, 심해윈치, 동력바지선이 설치되어 있다.
아라온호는 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3노트(5.6km/h)로 항해할 수 있다. 또한, 기상자료와 일반해양자료, 지구물리자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 있다.

배의 무게로 얼음을 깨다
쇄빙의 원리는 배의 추진력보다는 배 앞뒤에 있는 물탱크의 물을 조절해 배의 무게로 얼음을 눌러 깨는 것이다. 따라서 쇄빙선에는 배가 단단한 얼음 위에 얹히는 것을 막는 특수한 장치가 있다. 나아가 아라온호에는 배가 빙해에서 얼어붙었을 때, 빠져나올 수 있게 몸체를 떨도록 설계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쇄빙선도 얼음 사이에서 꼼짝하지 못하며,  다른 쇄빙선이 들어가 끌어내야 한다. 남빙양에서는 이런일이 실제 몇 차례나 있었다.

쇄빙선 건조로 연구규모 커져
쇄빙선의 건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연구지역이 넓어지고 연구재료가 많아진다. 예컨대, 남극대륙의 고층대기와 빙원 아래의 지형도 연구지역이 되며 쇄빙선이 아니면 가까이 가기 어려운 남극대륙 둘레의 남빙양도 연구지역이 된다. 게다가 남반구의 이른 봄이나 늦여름에도 남빙양을 항해할 수 있으며 연구재료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연구의 내용이 자세해지고 질이 높아진다. 더 많은 재료와 항목을 깊게 분석하고 해석하면, 그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지구와 우주라는 거대한 체계 안에서 움직이면서 그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그 현상을 만드는 원리를 발견할 것이다.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더 이치에 맞게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쇄빙 능력에도 제한이 있어 쇄빙선이라고 남빙양 아무 곳,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쇄빙선은 쇄빙 능력과 위치, 시기에 따라 달라 남극대륙 해안에서 수십에서 200km 정도까지 갈 수 있으며 아라온호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이 있더라도 쇄빙선의 존재는 남극연구에서 대단한 자산이고 힘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