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7.15 월 23:40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문화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430호] 2017년 02월 28일 (화) 최찬양 기자 tjstod8856@kaist.ac.kr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 17개가 동시에 등재되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건축계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친 그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시골 마을의 내성적인 소년이었던 그가, 어떻게 건축계의 역사가 되었는지 예술적이었던 그의 삶을 따라가 보자.
건축 세계에 관심을 가지다

  르 코르뷔지에는 1887년 시계 세공업으로 유명한 스위스 산악도시 라쇼드퐁에서 태어났다. 시계 세공업을 가업으로 잇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술학교에 진학하여 시계 세공과 디자인에 대해 배우게 됐다. 하지만 그는 시계 세공만을 하기에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야외수업에서 소나무를 도식화한 그의 그림을 본 샤를 레플라트니 선생님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유일한 영감은 자연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에게 최신의 미적 개념과 기하학적 발상을 가르치며 건축의 길로 이끌었다. 이를 계기로 르 코르뷔지에는 관심이 없던 건축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글솜씨

  아이러니하게도 르 코르뷔지에는 처음부터 건축으로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평소 루소, 니체 등의 철학과 문학 서적을 읽고 만들어진 그의 글솜씨는 르 코르뷔지에라는 이름을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그의 첫 서적인 ‘독일 장식예술운동에 대한 연구’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큰 호응을 얻고 여러 매체의 논평 거리가 됐다. 이후 발행된 문화, 예술에 대한 그의 고찰이 담긴 책들도 세계적으로 구독자들을 확보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1923년에 발행된 그의 후반기 건축 작품에 대한 논평인 ‘건축을 향하여’는 건축인의 필독서로 꼽힐 만큼 현대건축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로 남아있다.

현대 건축의 틀을 세우다

  글을 통해 명성을 얻은 르 코르뷔지에는 여러 건축 의뢰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당시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폐허가 된 도시에 다시 사람들이 살 집을 지어야 할 때였다. 하지만 기존의 조적식 방식으로 벽돌을 쌓아 집을 짓던 때라, 시간과 필요한 노동력이 상당하여 빠르게 많은 집을 지어내기 힘들었다.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생각할 만큼 사람의 필요에 의한 건축을 강조했던 그는, 기존의 조적식 방식을 탈피하고자 했다. 이런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 현대 건축의 기초 모델인 ‘돔이노 시스템’이다. 철근 콘크리트를 뼈대로 얇은 바닥 판과 기둥, 오르내리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돔이노 시스템은, 모든 곳을 벽돌로 쌓는 기존의 조적식 방식보다 간편하고 실용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돔이노 시스템을 통해 건축은 비용과 디자인적으로 자유성을 얻게 된 것이다.
  창의적인 시스템으로 자신도 건축적 자유를 얻었던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이 발전하려면 자유 안에서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함을 직감했다. 이에 르 코르뷔지에는 1927년, 이전의 자신의 건축물에 적용되었던 건축 구조들을 합쳐 ‘새로운 건축의 5원칙’을 발표했다. 1층에 기둥만을 세우고 차고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필로티, 평평한 옥상의 공간을 활용한 옥상 테라스, 불필요한 내부 벽이 없는 실내의 자유로운 평면, 실내를 더 환하게 만드는 수평 형태의 창, 구조적으로 필요한 곳에 출입구와 창문을 장식할 수 있는 자유로운 파사드가 포함된 5원칙은 현대 건축의 보편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는다. 그가 만든 건축물 중에서도 이 5원칙이 가장 잘 적용된 ‘사보아 주택’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근대 건축의 특성을 집약한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언덕 위 숲속 들판에 지어진 사보아 주택은 필로티 위에 수평창으로 둘러싼 하얀색 사각형 상자가 올라간 형태이다. 건축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아름답게 지어진 사보아 주택은 1900년대에 지어졌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인간을 위한 건축을 한 예술가
  건축물은 인간에게 최적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르 코르뷔지에는 인체의 표준 치수를 고려하여 건축을 하는 ‘모듈러’ 이론을 고안했다. 좁은 공간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수치를 고민하던 그는, 1.83m 키의 남성이 팔을 들어 올린 높이를 기준으로 2.26m를 한 층의 높이로 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론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차가웠다. 쓸데없는 연구를 한다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던 그는, 이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이후 이론을 적용할지 고민하며 조언을 듣던 중, 아인슈타인을 만나 모듈러 이론이 세상을 바꿀 만한 연구라는 극찬을 듣는다. 이에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모듈러 이론을 이후 자신의 모든 작품과 도시계획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그의 17개의 건축물에 모두 모듈러 이론이 적용된 것을 보면 그의 인간을 위한 건축이론이 성공했음을 알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물 자체에 대해서만 고민하지는 않았다.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축물의 모습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건축적 산책’이라고 불리는 이 개념은 르 코르뷔지에가 처음으로 건축물에 적용한 것으로, 동선에 따라 변하는 시공간적인 건축물의 모습을 뜻한다.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보일 수 있는 건축의 공간, 너비, 깊이, 높이를 강조했던 그의 건축적 산책 개념은 1923년에 지어진 ‘라 로슈 주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림 컬렉터였던 라 로슈의 그림을 걸어두고 살 주택으로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이는 모습이 변한다. 이동할 때마다 변하는 벽면의 색깔과 갤러리의 작품들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건축물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 오면 르 코르뷔지에의 커다란 그림 작품을 본 느낌이라고 한다. 건축을 건물로 단정짓지 않고, 사람이 활동하는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생각한 그의 건축 철학이 돋보이는 발상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의 현대 건축 개혁은 1965년 막을 내렸다. 평생을 인간과 건축에 대해 고민하던 거장이 햇살과 함께 해변 위에서 부서져 내렸다. 수평적인 삶과 수직적인 죽음은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하며 죽음을 달관했던 그는, 삶을 마친 후에도 건축물의 선이 되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 전
장소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기간 | 2016.12.06. ~ 2017.3.26.
요금 | 15,000원
시간 | 11:00 ~ 20:00
문의 | 02)532-4407

 

사진 제공 | 코바나컨텐츠

참고전시 | 르 코르뷔지에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참고문헌 |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이관석 <르 코르뷔지에 자연, 기하학 그리고 인간>, 도미나가 유주루

최찬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박현석 | 편집장 곽지호
Copyright 2010-2019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