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추천전형을 통해 선발된 네 학우의 이야기

우리 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입학사정관제. 입학사정관제는 고교시절의 특별한 활동에 가산점을 주어 성적보다는 경험을 우선시하는 입학제도이다.

이번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선발된 학우중에는 특이한 이력을 갖은 학우가 많다. 양로원과 독거노인을 매달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학우도 있었고, 연예기획사 연습생 출신으로 춤과 노래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있는 전교회장 출신의 학우도 있었다. 또한, 어릴적 조립식 장난감을 만들던 흥미를 바탕으로 로봇올림피아드 국가대표까지 한 학우와 흙과 생물 등을 통해 도로의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 등의 특허를 다수 보유한 학우도 뽑혔다.

네 학우의 다양한 경험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2월 4일 그들을 만났다

keyword 1. 나만의 길

자신의 특별한 배경과 경험을 말해주세요
조민홍(이하 조) : 개인적으로 공부보다는 로봇이 훨씬 좋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도록 크게 힘써주셨습니다. 그덕에 간단한 라디오 키트, 동력기를 다루는 것에서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의 달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초등학교 6학년부터 부산시 정보 영재원에 들어가 4년간 로봇에 대해 배우며 로봇올림피아드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영예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 로봇공학을 독학했습니다. 그 후 일반고에서는 로봇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할 것이라 생각해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전학해 전문적으로 로봇을 배웠습니다.

장하진(이하 장) : 고등학교 3년 동안 학생회 활동을 했고, 마지막 1년 동안은 전교 학생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학생회를 이끌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키웠습니다.
또한, 중학교 때까지 연예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했습니다. 연습생 활동이 밤늦게까지 이뤄지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사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 학업에 집중하려고 한 달 정도 학원에 다녔어요. 하지만, 일방적으로 주입식을 강요하는 학원의 공부방법이 저와 맞지 않아 다시 독학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은것 같습니다.

오장섭(이하 오) : 고등학교 시절 매달 적어도 한번은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했어요. 처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교회에서 진행한 독거노인을 뵙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독거노인을 만나보니, 자제분이 없거나, 있어도 거의 찾아오지 않아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았어요. 할머니의 힘든 모습을 보고 자식처럼, 친구처럼 다가가니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많이 바뀌어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서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삶이 바뀌는 것 같아 어머니께서 독거노인으로 사시는 분을 계속 찾아뵈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셨습니다.
박병훈(이하 박) : 평소에 도로와 관련된 친환경 생태조성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발명반 활동을 통해 꿈을 펼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도로 관련 분야라 직접 도로공사나 서울에 있는 여러 실험실을 방문해 실험을 진행했어요. 4년간의 연구결과로 현재 벽 안에 식물이나 흙 등을 넣어 자연적으로 소리를 차단하는 조경 겸 생태 방음벽에 관해 12개의 지적재산권과 1개의 특허재산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특허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잊혀지는게 싫어서 연구벤처 창업대회 등에 출전했습니다. 그 결과 우수상을 받았고, 벤처창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조 : 실제로 로봇을 만들 때는 3개월씩 밤을 새워갈 정도로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컵라면 1개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잠을 잘 시간도 부족해 새우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 결과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해, 학문적인 결함이 생겨 발전한 로봇을 만들 수 없었어요. 발전된 로봇을 만들고 싶어서 기초적인 학문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 후로는 로봇을 만들다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공부했고, 책을 보다가 무언가를 알게 되었을 때 다시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로봇을 만들면서 수학, 물리를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제가 다닌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주요 과목들이 로봇과 관련된 전공과목이라 로봇을 만들며 배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장 : 중학교 때는 연습생 활동을, 고등학교 때는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활동을 통해서 보내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 크게 조급한 마음은 갖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틈틈이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어요. 특히, 연습생 시절 왕복 3~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이동시간에 부족한 과목의 교과서를 펼쳐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밤늦게 아무리 피곤해도 목표량만큼의 공부는 꼭 하고 잤습니다. 특히, 저는 독학을 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어요. 공부를 하다가 이해가 잘 안되면 인터넷이나 학교 선생님께 해결하다 보니 오히려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특히, 학교 선생님한테 많이 질문하면 질문한 내용보다 더 깊게 설명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박 : 연구를 하는 시간 외에도 특허 문제로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자연스레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서 벼락치기를 통해 내신 시험을 봤습니다. 그래서 내신 성적이 만족할만큼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특별한 경험이 우리 학교 입학 면접시 도움이 되었나요
오 : 마지막 5분 스피치 때 봉사활동을 하며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를 말했어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의 이야기인데, 한 할머니를 뵈러 갔을 때 방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났어요. 어릴 적이라 싫은 내색을 하니, 할머니가 굉장히 미안해하셨지요. 갑자기 그때 뭔가를 하나 선물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서툰 솜씨로 다 탄 계란 후라이를 해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보잘것 없는 계란 후라이를 굉장히 맛있게 드셨습니다. 할머니가 기뻐하셨던 것만큼 저도 그 이상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니 피곤해하시던 면접관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조 : 실업계 고교 출신에다 학업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면접관님께서는 제 가능성을 봐 주신 것 같아요. 로봇을 만들다가 몇 차례 고배를 마시며 좌절했던 모습, 좌절을 이기고 열정을 위해 도전한 정신을 높게 사주신 것 같습니다.

박 : 남들은 수학문제나 사회이슈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특허에 관련된 내용만 계속 물어봤어요. 특허가 10개가 넘으니 하나하나 물어보셔서 대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특허 이외의 질문을 받았으면 당황하거나 대답을 못했을 수도 있었는데, 제가 가장 잘 아는 부분을 질문받은 덕분에 쉽게 면접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장 : 연습생 출신이라 춤과 노래에 장기가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 5분 스피치 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제 의지를 담아 개사해 불렀어요. 한 소절을 말하자면, ‘난 KAIST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자신의 경험을 말로만 하는 것보다 개성이 있어서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keyword 2. KAIST

왜 우리 학교를 선택했나요
박 : 저는 우리 학교의 연구환경이 저의 연구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으로생각했습니다. 특허출원할 때 과학적인 오류가 자주 생겨 거절을 많이 당해서 힘들었어요. 오류가 없도록 건설 공학을 배워 저의 연구를 좀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또한, 연구쪽 벤처회사 일을 하다 보니 우리 학교 사람이 많아, 그분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장 : 처음부터 KAIST에 입학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에 발표된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읽어보니 조건이 저와 딱 맞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우리 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뇌경색 때문에 편찮으신 적이 있어서 뇌에 관해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있는 바이오및뇌공학과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물리나 수학이 너무 어려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조 : 매번 한국에서는 최고의 성적으로 로봇올림피아드 국가대표가 되었음에도 국제대회에서만은 계속 고배를 마셔, 로봇공학자로서의 능력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저에게는 창의적인 로봇을 창안하고 그 하드웨어를 만들 능력은 있지만, 이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소프트웨어적인 면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부족함을 보완해 줄 대학을 알아보니 다양한 이공계 분야에서 최고의 지식을 가르쳐 줄 우리 학교야말로 저에게 꼭 필요한 대학이라 생각했습니다.

keyword 3. 브리지 프로그램

브리지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장 : 브리지 프로그램은 우리 학교에서 09학번 후기 학우가 듣는 강의를 촬영해서 인터넷 강의 형태로 듣는 것이에요. 브리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과학고에서는 배우지만 일반고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교육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학교에 입학했으면 적응하기 많이 어려웠을 텐데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조 : 하지만, 낮은 이해도를 가지고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들의 소통이 전혀 없어서 아쉬웠어요. 학교에서도 거의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요. 시험 바로 직전에 몰아서 강의를 올리고 시험 전날 시험범위를 바꾸는 등 문제가 많았어요. 학교가 조금만 더 신경을 더 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 : 영어 강의가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어 강의가 처음인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려고 하니 평소보다 영어가 더 들리지 않았어요. 특히, 교수님들 중에는 영어 발음이 독특하신 분들도 종종 계신데 그 강의 같은 경우는 강의 내용보다도 영어를 이해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박 : 강제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강의도 2주 내로만 들으면 출석이 인정되고, 켜놓고 다른 일을 해도 별다른 해가 없었어요. 또한, 성적이 안나오면 나중에 드랍하면 끝이라는 식으로 말을 해서 의욕이 별로 생기지 않았어요.

오 : 저는 강의을 세 개 신청을 했다가 결국 2개는 드랍을 했어요. 그 대신 부족하다고 생각한 영어공부에 더욱 열중했습니다. 사실 브리지 프로그램이 별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니 강의에 참여할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좀 더 학교가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조 : 제 생각은 다른 학우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자신이 진짜 공부할 마음이 있으면 스스로 할 수 있고, 대학생쯤 되면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선행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keyword 4. 대학 생활

신입생으로서 하고 싶은것은 무엇인가요
장 : 전반적으로 대학생활 자체가 기대되요. 우리 학교는 황폐하고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선배도 좋고 딸기파티, 축제, 체육대회 등 다양한 활동이 많다고 해서 기대됩니다. 또한, 친언니가 이화여대를 다니는데 우리 학교 남자들과 미팅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학교 여학생도 연세대 남자와 미팅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조 : 사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이제껏 해왔던 것보다 더 깊은 로봇공학을 배워보고도 싶고, 더 많은 로봇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또한, 고등학생 신분이라 제한되었던 많은 국제 문화 교류와 같은 활동도 해보고 싶습니다.  정말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며 시간을 아껴 제 꿈을 향해 전진하고 싶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입학 때와 확연히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진정한 대학생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담을 마치면서

오 : 대학 와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저를 뽑아준 대학에 대해 감사하며 많은 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습니다.

박 : 열심히 할 자신은 없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장 : 제가 면접 볼 때 불렀던 노래처럼 우리 학교를 책임질 수 있는 창의적 인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 : 이제껏 배워보지 못한 공부와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최고의 교육 시스템 아래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우리 학교와 국가에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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