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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케네디를 남기고 싶었던 여인
파블로 라라인 - <재키>
[429호] 2017년 02월 14일 (화) 김혜령 기자 alastina@kaist.ac.kr

 

   
▲ (주)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누구든 나라의 최고의 귀빈으로 대우받는 대통령, 그리고 영부인의 삶을 동경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영부인은 우아하고 지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지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삶이라고 생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 역사의 단면을 살펴보면 그들이 언제든 불운이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키>는 이런 두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미국의 영부인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는 1963년 존. F. 케네디가 텍사스 주 댈러스에 방문했다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 직후, 그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일주일을 담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인 만큼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녀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심정은 충분히 전해진다. 그녀는 기자를 불러 당시 상황과 케네디 대통령의 삶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한다. 기자 출신이었던 재클린은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을 파악했고, 케네디 대통령 시절을 뮤지컬 ‘카멜롯’에 비유한다. 카멜롯은 영국 전설 중 아서왕의 궁전이 있었던 곳으로, 행복이 넘치는 목가적인 장소나 시대를 의미한다.

재클린은 남편을 잃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휘몰아치는 변화의 바람을 감당하고 의연하게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살해범의 범행동기도 모른 채 부검절차를 진행하고, 장례를 치르고, 집무실을 정리하는 등 케네디 정권을 정리해야만 했다. 사고 당시 피를 닦으며 우는 그녀 뒤에서는 부통령의 직위 이관이 이루어진다.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를 지키고, 남편이 어떻게 기록될지 신경 써야 했던 재클린에게 관객들은 안쓰러움을 느낀다.

재클린은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다. 케네디 대통령 임기 중, 그녀는 머물다 갔던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을 잊지 말자는 의도로 초기 유물과 가구들을 옮겨와 백악관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편의 사고 이후에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거대한 장례 행진을 감행해 사람들에게 케네디 대통령의 위엄을 잊지 않게 했고, 그의 죽음이 조용히 묻히는 것을 원하지 않아 피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러나 결국 케네디 대통령과 재클린은 ‘케네디 대통령과 부인 재클린이 머물렀던 방’이라는 팻말과 함께 백악관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다.

영화는 레퀴엠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음악과 클로즈업 등의 연출로 재클린 케네디가 느낀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영부인으로서의 무게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역사는 기록되는 대로 해석되기 때문에, 재클린이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백악관을 떠나기 전에 ‘카멜롯’을 틀어둔 채로 백악관을 누비는 그녀의 쓸쓸한 웃음처럼 재클린의 삶은 영부인이라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처절함과 허무함으로 가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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