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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 부도, 낡은 관행이 낳은 출판 시장의 슬픈 자화상
[429호] 2017년 02월 14일 (화) 박재균 hagsfdf@kaist.ac.kr

국내 2,000여 개 출판사와 1,200개의 서점과 거래하는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지난 1월 2일 부도를 신청했다. 급변하는 출판계의 현실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평상시의 관행을 유지하던 도매상과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정책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한국 출판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분석하여 한국 출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개진해보고자 한다.


송인서적의 부도와 출판계의 대응

지난달 2일 송인서적이 부도를 낸 이후로 한국 출판계는 크게 술렁였다. 중소출판사들이 송인서적에 책을 공급하고 받은 5개월 치 어음*이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50억 원의 부도를 내며 최종 피해액은 320억 원을 상회하는 이번 부도는 소규모로 거래한 다수의 출판사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바로 다음 날(1월 3일) 긴급대책회의가 열리면서 송인서적에서 물권을 양도받은 한국출판인회의가 채권단 구성을 공표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어 그 다음날(1월 4일)에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바로 채권단 대표를 구성해 신속한 대응을 보여줬다.

또한, 한국출판인회의는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행정부처, 입법처에도 연락을 취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가장 큰 현안이 된 것은 바로 공적자금의 투입여부였다. 문체부는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490여 개 기관에 송인서적 피해 출판사에 대한 지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 중 87개 기관은 지원 계획을 밝히며 회신했다. 문체부에서도 자체적으로 재고도서 구매 자금으로 10억 원, 서울시에선 13억 원을 출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인서적 피해출판사의 재고도서 구매자금은 총 49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행정부처에서도 대책을 내놓다

이후 1월 6일, 문체부는 공적자금 긴급출연과는 별도로, 출판업계 지원대책을 내놓았다. 문체부는 출판사의 연쇄부도에 대비해서, 출판기금과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1~2%대의 낮은 금리(종전 3.6%)로 대출해주고, 도서 출판비 일부를 보조해준다는 내용의 사후대책을 내놨다. 또한, 사후대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출판업체의 근본적인 변혁을 시도한 정책도 보였다. 바로 200여 개 중형서점이 참여하고 있는 서점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구축 사업을 확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벗어나, 책의 유통 및 판매를 자동화시켜, 보다 계량에 기초한 대응이 가능하게끔 하는 정책으로 읽힌다.


예상 가능했던 송인서적의 부도

송인서적 부도 사건으로 피해를 본 수많은 출판사와 서점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자조적인 심정을 토로했다. 부도 사건은 결과적으로 한국 출판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악습에 가까운 관행들이 발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송인서적의 밀린 창고 임대료가 적지 않았고, 2013, 2014년 송인서적의 현금흐름 등급은 위험(CR5)에서 2015년에는 최저단계(CR6)까지 떨어진 것을 봐도 부도가 예기 없이 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부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은 바로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이다. 급변하는 한국의 출판시장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유연한 계획을 세워 대응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은 경영진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보다 거시적으로는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입법도 한몫을 했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출판산업은 동력을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관행과 방만 경영이 부도를 불렀다

중소 서적업계의 모든 거래가 전적으로 어음에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퇴행적인 송인서적의 경영이 잘 드러난다. 보통 대형서점은 출판사와 현금으로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책을 유통 받는다. 이에 반해 도매업체의 주 거래처인 소형 지역 서점은 도매업체와 어음으로 결제하였다. 출판업계의 관행은 중소형 출판사가 도매상에게 책을 위탁하면 도매상은 이를 어음으로 결제하고, 출판사는 인쇄소에 이 어음을 배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위탁 거래였다. 어음 결제는 금전 지급의 시간적 간격을 줄여 자본의 회전과 유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신용 작용의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어음은 추상화폐이기에 카드로 돌려막는 것과 비슷하게 자력이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서를 받아 부당하게 신용을 남용하는 등의 폐해가 기저에 존재할 수 밖엔 없다. 송인서적 경영진들이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판매관리 시스템에서도 드러난다. 머니투데이는 김형수 중소기업정책자금지원센터 정책금융팀 이사를 인터뷰하여 “송인서적 경영진이 정책자금이나 은행 자금을 조달해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에 투자, 자체적인 POS를 개발했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관련 기사 머니투데이, 2017년 2월 11일 <[특집]2017년 말, 2천여 개 출판사 중 얼마나 살아남을까>). 기존 출판 도매서점 ‘사강 구도’를 이뤘던 북센, 북플러스, 송인서적, 한국출판협동조합 중 자체 POS를 개발해야만 하는 시대의 수요를 등한시했던 곳은 송인서적 뿐이었다. 북센이나 한국출판 협동조합은 자체 시스템은 아니지만, 2010년부터 문체부에서 진행 중인 POS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왜 송인서적의 퇴행적인 경영의 책임을 한국의 수많은 소규모 출판사와 소매서점이 분담해서 져야 하냐는 도덕적 책임에 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개정도 한몫해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도 부도를 부른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서적의 가격을 정가에 맞춰 책만큼은 시장주의적 가격경쟁에 휩쓸리지 않게 하고 제 살 깎아 먹기 식인 할인율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골자이다. 발매일 상관없이 최대 10% 이내로만 할인 가능, 경품이나 포인트 적립 같은 간접 할인까지 합쳐 모든 종류의 할인은 책값의 15%(직접할인 최대 10% +간접할인 최대 5%)를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법안 시행 2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 기대효과는 고사하고 출판업계의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매상에겐 도서공급 시장을 변화시켰다. 도서정가제 개정 이전에는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이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도서 공급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책값 할인율이 10%로 묶여 최저가 낙찰 방식은 무의미해지고 낙찰 방식으로 바뀌었다. 할인율이 제한되고 마진율이 높아지며 도서공급이 ‘로또’가 된 것이다. 운이 좋게 낙찰되면 마진이 크게 떨어지고 낙찰되지 못한 도매상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학교 문방구, 주유소, 인쇄소 등 다른 직종의 사업자들이 유령서점으로 등록해 대거로 이 도서공급의 ‘로또’에 참여했다. 이러한 유령서점들이 책을 구매해놓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생겼던 손해 또한 결코 적지 않았다.

   
▲ 출판사의 책이 서점과 도매상을 거치는 과정      ©김하경 기자

출판시장의 나아갈 방향을 고찰하다

한국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진 제2, 제3의 송인서적 부도사태가 터지지 않으리라 안심할 순 없다. 하지만 정작 출판업계에서는 정치권에서 내놓은 긴급대책마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미봉책이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게다가 송인서적의 구체적인 피해와 운영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는 국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기관인 출판산업진흥원이 송인서적의 실태조사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 채권단만이 현재 송인서적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실상이다. 그렇기에 출판업계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출판업계의 실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분 디지털 바람 속에 온라인 서적판매를 차별적으로 지원한 일시적인 경향에 편승한 정부정책이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정부 시책에 따라 성장 동력을 잃은 오프라인 시장은 규모는 영세할 뿐, 고용 효과는 도리어 높은 시장이다. 이러한 그릇된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출판시장을 육성하는 법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또한, 시장 정세를 가장 잘 아는 출판 업계를 중심으로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얘기한다. 출판업계의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되는 것이니만큼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들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출판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두 수렴한 국가적인 차원의 법 개정이 요구된다.


출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독서

출판시장의 비합리적 관행만으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서적 도매상의 몰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쩌면 출판시장의 구시대적 관행이 아닌 한국의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독서율이 본질적인 원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에서 쏠쏠한 재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책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가치가 분명히 있고, 이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가도 인간이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어음*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한 금전의 지급을 약속하며 발행하는 일종의 지급보증서이다. 어음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기업은 부도가 나게 된다.

판매정보관리시스템**
매장 물건들의 판매량과 재고량을 파악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바로바로 판매량을 파악해서 원하는 물건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어음 배서***
어음의 권리를 양도하는 행위로, 양도자와 피양도자의 날인이 필요하다. 어음은 배서라는 과정을 통해서만 시장에 유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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