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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과학 곁에 사는 사람들
배명훈 - <예술과 중력가속도>
[428호] 2016년 11월 22일 (화) 고기영 기자 mat9847@kaist.ac.kr

우리는 과학기술 속에 숨 쉬고 있다. 각종 가전제품부터 손안에 든 스마트폰, 그리고 날마다 접속하는 SNS.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과학만큼 멀게 느껴지는 것도 드물다. 고명한 천재들이 만든 복잡한 무언가. 누군가에게 과학을 공부한다 말할 때, 기묘한 얼굴로 쳐다보는 그들의 모습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문학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은 삶 구석구석에 스며 있지만, 왜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을까? 배명훈의 단편 모음집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SF 이지만 워프 엔진같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야기들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삶에 스며든 과학과 그 속에 숨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과학에 대한 이야기라고 낯설어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속 과학이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편 <양떼자리> 속 초원의 목동은 근처 천문대의 여직원을 만나 양떼자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핵잠수함 속의 여자 연구원들은 고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JYJ 콘서트에 가기 위해 작전계획을 세우고, 어떤 이는 짝사랑하던 여자가 남긴 조개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책이 그리는 미래, 그리고 상상 속의 세계 역시 그리 낯설지 않다. 의식하지 않았을 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까. 인공지능이 ‘D’가 들어간 모든 문서를 감시하거나 기계가 자신들의 독립을 선언하는 이야기는 분명 현재 가능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과학기술을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한다.

단편 <스마트 D>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알파벳 ‘D’나 한글 ‘ㄷ’가 포함된 글이 메일로 보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스마트 D’라는 게 부족해서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스마트 D가 무엇이냐고. ‘D’와 ‘ㄷ’을 입력하며 자연스레 쓰던, 그러나 무엇인지 몰랐던 스마트 D 기술의 정체와 의미를 알아가는 그의 모습은 과학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미 너무나도 친숙해,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생각하거나 의심해본 적 없는 것. 어쩌면 소설 속의 세계를 거울삼아 우리 주변의 과학기술, 그리고 그 속에서 숨쉬는 사람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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