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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광화문 시위 특집]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428호] 2016년 11월 22일 (화) 임성민, 심혜린 기자 96eric@kaist.ac.kr

 

   
 

이화여대 양효영 학생
“해도 해도 안 되는 대통령에게 노동자는 파업, 학생은 총회, 시민은 촛불로 응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대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성심여고 학생 2인
“성심의 자랑스러운 교훈‘진실’ ,‘정의’ ,‘사랑’ ,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이들을 잊고 계십니다”

김제동 방송인
“셋을 세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여러분의 소중한 이름을 각자 외쳐주세요. 하나, 둘, 셋!”


지난 12일,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민중총궐기대회>가 있었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 29일 시작된‘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범국민행동의 세 번째 집회로, 시민 1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11.12 시민의 명령, 중•고생 혁명, 촛불 혁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본지는 11월 12일 혜화 마로니에 공원부터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며 시민의 열기를 함께했다.

<14시 마로니에 공원>
혜화역 2번 출구는 이미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 차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겨우 1번 출구를 통해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흐드러진 은행나무 아래로 수많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많은 시민단체가 일행을 기다리거나 구호를 외치며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모여있다. 손에 들린 붉은색 ‘박근혜 하야하라’ 피켓만 아니라면 주말을 맞아 소풍을 나온 가족의 모습처럼 보인다.
한쪽에서는 집회의 열기가 뜨겁다. 전 국회의원 출신, 일반 시민들이 목이 터지라 연설을 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차도에 앉아 환호성을 지른다. 약 200m 뒤에는 청년총궐기가 진행되고 있다. 수십 개의 대학교와 청년 단체 깃발이 휘날리고 있고, 청년 수백 명이 앉아 20대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청년들은 단상 위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다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집회에 참여한 우리 학교 오창진 학우(화학과 14)는 “오늘이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순간을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다”라고 시위에 참여한 취지를 밝힌다.

<14시 30분 혜화>
혜화역 1번 출구, 저 멀리 우리 학교 학부 총학생회의 깃발이 보인다. 대전에서 올라온 우리 학우 100여 명이 청년 대오의 끝에 합류해 서울시청을 향해 ‘2016청년총궐기 분노의 행진’을 시작한다. 수많은 청년 단체가 각자의 구호를 외치며 시청을 향해 행진한다.

청년 대오는 방송 차량을 따라 이동한다. 각 차량에는 다양한 대학생들이 올라와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현 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낸다. 모든 연설의 마지막은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구호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을 처벌하라, 민주주의 살려내라” 만오천 명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로를 가득 메운다. 출발할 때는 대오의 마지막에 서있었는데, 이제는 뒤로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이 이어져있다.

<15시 30분 종로>
한 시간 남짓을 행진해 종로에 도착하니 종로5가역 앞에 시민 백여 명이 난간에 붙어 청년총궐기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시위대의 모습을 촬영하는 시민도 있고, 뒷짐을 진 채 지긋이 행진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광장시장, 종묘를 지나니 시위대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수도 많아졌다. 청년총궐기 참가자들은 지켜보는 시민을 향해 더욱 크게 함성을 지른다.

종로2가를 지나며 시위 행렬이 더욱 커져 8차선 왕복 대로를 가득 메운다. 대학생들의 발언도 끊이지 않는다. 각 대학교의 총학생회장과 청년 대표들이 올라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청와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한 여학생은 방송 차량에 올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로 연설을 끝맺는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어도 거짓이 없어라”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16학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연사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울음을 쏟는다.

<16시 서울광장>
서울광장에서 청계천 사이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찬 서울광장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주도 하에 현 시국을 비판하는 영상이 흐르고, 관련 발언이 이어진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촛불과 피켓, 생수를 나누어준다. 집회 현황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도로를 천천히 주행하는 자동차에서는 대통령 하야 요구를 노래하는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청계천을 따라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몇몇 정당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집회와 발언도 보인다. 이동 통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공간을 비운 채 길가에 줄을 맞춰 앉아있다.

<17시 한국무역보험공사 앞>
벌써 광화문과 서울광장에는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는 말에 사람들이 환호한다. 서울광장까지 집회에 참여한 시민 행렬로 가득 차 청년 대오는 약 한 시간 동안 길에 앉아 대기한다. 대기하는 사이 총학생회의 주도로 김밥과 핫팩이 배부된다.

우리 학교 손동현 학우(물리학과 박사과정)는 “윗세대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적 가치가 침해받고 있는데 침묵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라고 전한다.

한편, 청년들의 자유 발언이 계속 이어진다.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많은 학생이 휴대폰에 급하게 적은 연설문을 들고나와 자기 생각을 공유한다. 주위에는 개인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 청년 대오라기보다는 하나의 시위대로서 함께한다.

 

   
 


<18시 청계천>

날이 조금씩 쌀쌀해지고, 촛불이 하나씩 켜진다. 왔던 길을 되돌아 시청 광장으로의 행진이 시작된다. 행진하는 도중 좌측으로 청소년 시위대의 모습이 보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수백 명의 청소년이 각 지역의 깃발을 들고 앉아있다. 단상에서는 청소년 대표들이 분노를 담아 현 시국을 맹렬히 규탄한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시위대는 질서를 지켜 반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행렬과 충돌하지 않도록 기다리며 이동한다. 이번 시위는 멀리서 보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돋보인다.

긴 시간 이어진 집회에서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노동개혁으로 인한 철도파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에 참여했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집회를 찾은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우리 학교의 한 외국인 학우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에서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라며 “학생들이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밝힌다.

<18시 30분 서울광장>
청계천과 롯데호텔을 지나 시청 앞에 도착한다. 이른 크리스마스 준비로 나무들이 빛나고 있지만, 시위대의 촛불 행렬이 더욱 밝다. 시청 앞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연사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청 앞에서는 구호 외치기, 10초간 함성 발사, 패러디 노래 부르기 등이 끝없이 진행된다. 모두가 분노로 뭉쳤지만 정작 시위는 음악과 춤이 함께해, 축제의 현장을 방불케 한다.

서울광장의 여기저기에서는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우리 학교 학우가 모여앉은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네 살 남짓한 어린아이가 촛불 모양의 야광봉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인파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주최 측 추산에 의하면 집회에는 이미 8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광화문 광장부터 시작해 서울광장까지 모두 시민들로 가득하다. 청년 대오는 더는 행진하지 않고 시청 삼거리에 앉아 화면으로 광화문 광장의 문화 행사를 지켜본다. 현 시국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연영석, 조PD, 정태춘, 이승환 등 가수가 있는가 하면, 연설하는 시민단체 대표도 있다. 청년들의 연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결국 모두 같은 뜻을 담고 있다.
목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참여한 한 50대 시민은 “답답해서 나왔다. 국민이 모두 모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처럼 많은 대학생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고무적이다”라는 한편, “(대학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도 드러낸다.

<20시 서울광장>
밤이 깊어가고, 광화문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시민 발언과 공연이 이어진다. 서강대학교 장희웅 총학생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양효영 학생, 부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을 주동했던 박소라 학생 등이 무대에 올라 시국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밝힌다.
한때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들의 발언도 눈에 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오규섭 대구참여연대 대표의 발언에 시민들은 열렬히 호응한다.

박경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장은 노동성과제 및 서울대병원 운영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대병원 VVIP는 정유라가 아닌 여기 있는 국민들이다”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를 둘러싼 이야기를 전하며 울부짖는 정세영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의 목소리에 수많은 시민이 함께 울컥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종변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법적 잘못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현 정권과 검찰의 수사 과정을 비난한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자고등학교의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박근혜 선배님, 성심의 교훈을 기억하십니까?”라며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전언을 읽자,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촛불을 켠 채 시민 발언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발언자의 말에 공감하고,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분노했다. 몇몇 시민들은 눈물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주최 측에서 집회 참여자가 100만 명이 넘어갔다는 소식을 전한다. 광화문부터 서울광장을 지나 빽빽이 가득 찬 촛불을 바라본다. 넘실대는 촛불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21시 무렵, 우리 학교 일부 학우들은 KAIST 학부 총학생회의 주도로 준비된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우리 학교 학우들이 서울광장에 남아 촛불과 함께 자리를 지킨다. 쌀쌀해진 날씨에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채 핫팩을 품에 안고 계속되는 시민 발언에 집중한다. 거의 끝을 드러낸 촛불을 조심스럽게 잡은 학생들은 촛불 파도타기를 통해 사그라지지 않는 의지를 표명한다.

<21시 20분 광화문>
시민발언이 계속되던 중, 각 학교 총학생회의 주도로 전국대학생시국회의 소속 대학생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우리 학교 학우들 역시 학부 총학생회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홍익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기가 대열의 가장 앞에 나란히 서고, 각 학교의 학생들이 그 뒤를 따른다.
행진은 을지로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진다. 행진에 함께하는 학생들은 한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현 시국을 비판하는 현수막 등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반복한다. 대학 새내기부터 대학원생까지 수많은 학생이 목이 쉬도록 외치는 소리가 밤거리를 울린다. 꽹과리와 확성기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스름한 불빛 아래 하늘빛 우리 학교 총학생회기가 휘날린다.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은 먼저 행진한 시민들로 가득하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광화문으로 향하는 행진 대열을 위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터준다. 학생들은 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22시 10분경 광화문 앞에 도착한다. 광화문에 가까워질수록 박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드세진다. 광화문 방향 길 가장자리에서는 늘어선 경찰차와 대치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친구와 함께 행진에 참여한 우리 학교 심유성 학우(새내기과정학부 16)는 “마지막까지 시위에 참여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저녁 무렵 급하게 나왔다”라며 “혼자서만 불만을 토로하다가 집회에서 모두 함께 목소리를 내니 벅차고 감동적이다”라고 소감을 말한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 행진은 청와대 방향으로 조금 더 이어지다가 22시 25분경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우리 학교 학우 대부분은 공식 집회 종료 후 해산한다. 이후 시위에 남기를 희망한 학우들 간에 청와대로의 행진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세 번째 광화문 시위를 마치고 일주일 후인 지난 19일, 우리나라 곳곳에서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촛불은 결국 바람이 불면 꺼지게 돼 있다” 라고 말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바람과는 달리, 서울특별시부터 제주특별자치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100여 곳에서 100만여 명의 시민들이 <박근혜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동참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시민들은 꺼져가는 민주주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광장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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