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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안락사와 매춘에 관한 인간적 시선
이재용 - <죽여주는 여자>
[427호] 2016년 11월 08일 (화)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CGV아트하우스 제공

 

노인 매춘에 종사하는 할머니, 트랜스젠더, 다리 하나를 잃은 청년이 모인 집이 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저마다의 갖은 사정을 따뜻한 색채로 그려나가며 삶의 시작과 끝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65세의 할머니 ‘소영’이 코피노(Kopino, 한국-필리핀 혼혈아)를 대책 없이 집으로 데리고 오며 시작된다. 해방 후엔 양공주로, 그 뒤엔 청량리로, 지금은 탑골공원에서 ‘박카스 할머니’로 노인들을 상대해온 소영은 매춘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중, 그녀는 자신을 사람답게 대우해주었던 그녀의 단골, 송 노인이 중풍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임종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송 노인을 찾아가면서 소영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는다. 그가 자신의 삶이 너무나 비참하다며, 자신을 죽여달라 간절하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딱한 사정을 들은 그녀는 결국 그에게 농약을 먹여 그의 삶을 끝낸다. 이후, 이것이 소문이 나 많은 노인이 그녀에게 자신의 삶을 끝내달라 부탁하러 찾아온다.

영화의 제목, ‘죽여주는 여자’는 성관계를 ‘정말 잘’ 한다는 뜻의 속된 표현과 실제로 사람을 ‘죽여준’다는 뜻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매춘과 조력 자살이라는 사회의 그림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맡게 된 소영의 고뇌는 끝내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는 소영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에 매몰되지 않는다. 대신, 따뜻한 정서를 만들어 이런 철학적 논쟁을 살짝 비껴가려고 한다. 그녀가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행위를 하지만, 지속적으로 소영과, 또 그녀와 셋방을 같이 사는 소수자들끼리의 인간적인 유대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의 태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영화의 ‘소수자들끼리의 애틋한 온정’이라는 주된 정서를 만드는 데에는 소영이 데려온 코피노 아이 역시 큰 역할을 한다. 한 산부인과 의사가 필리핀 유학 시절 실수로 만들어버린 그 아이는, 양육비 문제로 생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의사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말하며 그들을 차갑게 내친다. 결국, 화를 못 이긴 생모가 그에게 상해를 입히고, 그 난리 통에 경비원에게 쫓기던 아이를 소영이 데리고 온 것이다. 아이는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았으나, 주변에 거주하던 필리핀 사람들의 도움과 소영의 집 구성원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 속의 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송 노인에게 장수는 축복이 아닌 저주이고, 그에게 베푸는 소영의 마지막 자비는 범죄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판단 없이,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릴 뿐이다. 힘든 삶 속에서도 끝없이 서로에게 사랑을 베푸는 등장인물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혼혈아나 독거노인 등, 이 시대의 소수자들이 안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죽여주는 여자>의 대답은 휴머니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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