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제르멩 - <분노의 날들>

사랑은 늘 아름답게 표현된다. 어쩌면 모든 이가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사랑이란 이름의 집착과 광기가 지배하던,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프랑스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잔혹한 동화가 있다. 책이 생생하게 그려내는 몽환적이고 기괴한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책은 마을의 두 가문 모페르튀가와 베르슬레가에 대한 이야기다. 모페르튀가의 앙브루아즈는 어느 날 마을의 미인 카트린이 남편과 다투다 살해당한 것을 목격한다. 그 순간, 앙브루아즈는 자신의 광기를 깨닫는다. 죽어가는 카트린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후, 앙브루아즈는 이미 죽어버린 카트린의 모든 것을 갖기 위해 여생 동안 그녀의 잔상을 좇는다.

앙브루아즈는 죽음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카트린의 남편에게 그의 숲과 딸을 요구한다. 그 후, 그는 카트린의 혈통을 물려받은 그녀의 딸을 자기 아들과 혼인시켜 소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아들 에프라임이 카트린의 딸과 결혼하지 않고 렌 베르슬레에게 청혼하자 그는 부자 관계를 끊어버린다. 카트린의 딸은 결국 앙브루아즈의 둘째 아들 마르소와 혼인하고, 카트린과 똑 닮은 카미유를 낳는다. 앙브루아즈는 자신의 손녀를 카트린의 환생으로 여기고 집착한다. 한편, 에프라임과 베르슬레가 낳은 아홉 명의 아들들은 늘 삶을 사랑하며 찬미한다. 삶의 태도가 극명하게 다른 두 가문은 서로 충돌하며 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간다.

여러 등장인물의 사랑은 각기 다른 결말을 맞는다. 어떤 사랑은 아름답게 끝나는 반면, 다른 것은 비극으로 끝난다. 동화 같은 이야기의 끝맺음 역시 비극적인 사랑이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가문 간의 오랜 앙금을 초월하는 사랑은 화려하게 불타오른 후 아름다운 비극으로 끝난다.

이 마을은 우리 사회와 닮아있다. 마치 현실처럼, 마을 사람들은 극명하게 다른 삶의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조적인 인생을 살펴보며 삶과 사랑에 대한 통찰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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