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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족쇄를 벗어던진 사진, 디지털 기술로 완성되다
[427호] 2016년 11월 08일 (화) 고기영 기자 mat9847@kaist.ac.kr
   
 

 

사진은 현실의 재현이다. 그렇기에 왜곡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와 달리, 사진은 눈으로 본 대상을 충실하게 담아낸다. 하지만 사진작가라 해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표현하지 말란 법은 없다. 영국의 사진작가 닉 나이트는, 디지털 기술과 독특한 시선으로 사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그가 표현하는 사진 이상의 사진을 대림미술관에서 만나보자.

 

흑백사진 속에 본질을 담다

나이트의 초기작을 전시한 <SKIN -HEADS>와 <PORTRAITS> 관에는 전통적인 형식의 흑백사진들이 걸려있다. 하지만 형식이 전통적이라 해서 그 시선마저 평범하지는 않다. <SKINHEADS> 관의 사진들에는 80년대 영국 스킨헤드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있다. 당시 이들에게 매료된 나이트는 직접 그 문화를 체험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 덕에 이들의 거칠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매우 가까이서 담을 수 있었다.

<PORTRAITS> 관에서는 나이트의 대담한 시선이 더욱 잘 드러난다. 1985년, 나이트는 아이디(i-D) 매거진의 의뢰를 받아 당대 예술인들의 초상 사진을 찍는 작업을 진행한다. 놀랍게도, 전시관에 걸려있는 그 사진들 속에는 그림자가 가득하다. 나이트는 인물의 얼굴을 자세히 담는 대신 적절한 소품과 자세, 그리고 그림자를 이용해 강렬하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영국의 평론가 줄리 버칠의 사진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독설가로 유명한 그녀는, 사진 속에서 눈을 손과 그림자로 덮어 자신의 입 주변을 날카롭게 강조한다.

 

새로운 시선, 새로운 이미지

<DESIGNER MONOGRAPHS> 관에 걸린 패션 사진들은 도발적이다. 당시, 패션계의 관행은 육감적인 여성 모델을 기용해 그들의 성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낸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이트의 작품은 이런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모델의 모습을 지워버린 채, 오직 의상만을 강조한다. 일례로,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찍은 <Red Bustle> 속 모델은 검게 실루엣 처리가 되어 시선이 의상에만 집중되게 만든다.

   
Red Bustle, Yohji Yamamoto, 1986 ©NICK KNIGHT

<PAINTING & POLITICS>관에는 디지털 기술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이트는 패션을 큰 영향력을 가진 예술로 보고, 패션 사진 속에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자 했다. 가령, 찢어진 상처에서 피어나는 꽃이나 온몸을 꿰뚫은 쇠못과 같은 이미지를 합성한 패션 사진들은 미의 기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외에도 싸우는 듯한 모델의 모습과 붉은 물감의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War>, 장애인 모델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다양한 사회적 질문을 제기한다.

 

   
Devon Aoki for Alexander McQueen, 1997 ©NICK KNIGHT

사진 예술의 틀을 넘어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사진과 회화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디지털 기술로 모델의 피부에 색을 입힌 <Shalom Harlow for Louis Vuitton I>는 팝아트를, 거칠게 물감을 덧칠한 효과를 낸 <Dolls I>는 뜨거운 추상을 연상케 한다. <STILL LIFE & KATE> 관에 전시된 <Rose> 시리즈는 더욱 직접 그 경계를 무너뜨린다. 잉크를 잘 흡수하지 않는 종이에 장미 사진을 인쇄한 후, 부분적으로 잉크를 흐르게 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이미 회화에 가깝다. 이러한 시도 외에도 패션 사진과 애니메이션, 비디오, 3-D 촬영을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들이 사진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나이트의 작품들은 사진의 형식과 의미를 확장한다. ‘모든 사진은 당신이 쉽게 가볼 수 없는 장소로 이끈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속에 전에 없던 이미지, 전에 없던 생각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더는 현실의 재현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작품을 통해 사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사진 | 대림미술관, NK Image 제공

장소 | 대림미술관
기간 | 2016.10.6. ~ 2017.3.26.
요금 | 5,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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