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의사, 직업의식 없는 섣부른 도전은 금물

본격 직업 탐구의 두 번째 순서인 전문직 분야. 이번에는 우리나라 이공계에서 가장 많이 선호받는 직업 중 하나인 의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 학교를 졸업해 성형외과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군 대체복무 중인 김주형 씨,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를 졸업한 피부과 의사 정유진 씨 그리고 우리 학교 의과학대학원에의 신의철 교수를 만나 의사는 무엇을 하는지, 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 들어보았다

임상의와 의과학자로 나뉘어
의사는 크게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와 병원이나 의과대학에서 기초의학 등을 연구하는 의과학자로 나눌 수 있다. 임상의는 다양한 임상의학 중 자신이 전공한 의학을 이용해 환자를 진료한다. 일반적으로 의사라고 할 때는 이들을 가리킨다. 임상의는 진료 외에도 계속 발전하는 의료 지식을 얻기 위해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고, 임상경험에서 얻은 자료나 실험적으로 얻은 결과물을 학회에서 발표하거나 논문에 싣는다.

의과학자는 의사면허를 가진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M.D.-Ph.D.와 유사하다. 의과학자는 임상의처럼 환자를 보거나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의학과 관련한 연구를 한다. 우리 학교에서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연구하는 신 교수는 “현재 직책은 교수이지만 강의보다는 연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과학자가 하는 연구는 일반적인 생물학과를 전공한 연구원들이 하는 연구와 비슷하지만, 연구의 방향이나 초점이 약간 다르다. 신 교수는 사람의 질병에 관련한 연구를 하려면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의과학자는 질병 관련 대책위원회 등의 회의에 참여하거나 강연을 하는 등 외부활동도 한다.

안정적이지만 스트레스 많아
의사의 장점은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유난히 인기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의사는 자신의 직무가 대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물론 아주 큰 병원에서는 같은 과 의사가 여러 명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결과물이 의사의 노동력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의사의 고충을 설명했다. 또한, 임상의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의 특성상 환자들과의 소송에 휘말리는 등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신 교수는 “임상의를 했으면 지금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환자를 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까지 일을 하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넘쳐나는 임상의
지금 우리나라의 임상의 수는 과포화 상태이다. 의사가 안정적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의사가 되는 사람의 수는 점점 많아지지만, 환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7년에 내가 7만 번 대의 의사면허를 취득했지만 벌써 10만 번 대 의사가 나왔다.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의사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씨는 “의사들의 수입이나 사회적인 위치는 정체되었지만 다른 전문직의 수입이나 위상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요즘 많은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치료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의료적 지식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의과학자는 지원 부족
한편,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 인원 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신 교수는 “의과학자를 위한 적정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 많아져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고, 정 씨는 “이런 현상은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과학계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라고  연구 인원 부족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상의가 되면 병원에서 진료만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로 연구를 할 여건이 되지 않아 한 번 진로를 결정하면 임상만 하고 연구를 하지 못하거나, 평생 연구만 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임상과 연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임상과 연구를 같이 하려고 시도하는 분들이 있지만, 개인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의료비가 싸기 때문에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많은 환자를 봐야 하지만 미국은 10분만 환자를 진료해도 많은 진료비를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졸업 후에도 많은 과정 거쳐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를 치르고 나면 크게 임상과 연구의 두 갈래 길이 있다. 하지만, 5% 미만의 의사만이 생화학, 미생물학, 해부학, 조직학, 유전학, 기생충학 등의 기초의학을 전공하고, 절대다수는 1년간의 인턴을 거쳐 임상의학 전공과를 선택한다. 임상과는 내과, 외과, 소아과, 신경과, 정신과, 피부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가정의학과, 법의학과 등이 있다. 이중 가정의학과만 3년 과정이며, 다른 과들은 4년 과정이다.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이 생기며, 이후 더욱 전문적인 세부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1~2년간의 연구강사 과정을 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다 거친 다음에는 의과대학의 교수로 남을 수도 있으며, 대부분은 레지던트 과정까지 마치고 개업을 하거나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게 된다.

의사의 의업 이외의 진출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소수이긴 하지만 언론사의 의학전문기자, 제약회사의 연구 또는 마케팅 담당, 식약청, 보건행정 등 보건 계통 공무원 등의 진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처럼 의과대학이 없는 학교의 학생은 의사가 되려면 학사과정을 마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과거에는 타대학교의 의과대학에 학사편입을 할 수 있었지만 2007년에 이 제도가 폐지된 후에는 4년간의 의학전문대학원을 마친 후 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남자라면 병역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의사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군대에 가거나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중보건의사로 군 대체복무를 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군 복무보다 긴 36개월 동안 복무한다. 김 씨는 “나는 현재 제주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다. 임상과에 따라 다르지만, 성형외과는 60%가량이 종합병원으로 배치되고, 대개 자신의 전공과목으로 활동한다”라고 말했다.

대인관계와 인내심이 중요해
김 씨는 의사로서 성공하기 위한 요인으로 인내심을 꼽았다. 김 씨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 후에도 10년 가까이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을 버티고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의사가 되려면 의학전문지식을 잘 습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 씨는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므로 전문지식 습득을 게을리 하지 않고 실수를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상의는 진료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직업이므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관계를 맺는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의사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의과학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신 교수는 “임상의는 환자 진료가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구를 할 때는 외부에서 강제하는 요소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스스로 나태해질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신 교수는 “많은 사람이 의과학자가 내성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를 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나 인간 관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건보다는 자신의 뜻이 중요
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만약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가 되고 싶다면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래학자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는 그들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한다. 짧은 기간은 예측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20년, 30년 후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잘 나가는 피부과도 예전에는 인기가 없었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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