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장영신학생회관(이하 신학관) 동아리 방에 앉아서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있을 때였다. 주인공이 폭풍우 속에서 범인을 열심히 추격하는 장면이었다. 천둥번개가 치고, 총알이 빗발치는 몰입도 높은 장면이어서 모두가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막 범인이 잡힐 때쯤 의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 흔들지 마!” 같이 보던 친구들이 서로를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런데 다들 스크린에 눈이 고정된 상태였다. 아무도 의자에 손을 대고 있지 않았고, 눈을 옆으로 돌리니 동아리 방의 컴퓨터 모니터와 유리잔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짧은 순간 동안 정말 큰 흔들림을 느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흔들림을 느꼈고, 신학관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뛰어나와서 놀라고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카카오톡도 갑작스러운 문자량 증가에 먹통이 되어 버렸고, 다들 각자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하지만 지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한 시간 뒤 또 한 번의 지진이 찾아왔다. 책 다방의 유리 벽들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도 KAIST 내부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인명 피해나 건물이 파손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피해가 연달아 보도되고 있는 요즘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지진이 우리에게 찾아올 마지막 지진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 불안하기도 하다. 비록 진원지로부터의 거리가 있는 편이라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앞으로의 지진은 어떨지 예측할 수 없다. 우리 학교의 모든 건물의 안전 상태에 대해서도 보장할 수 없고, 학교의 지반 상태 또한 어떤지 모른다.

앞으로의 지진에 있어 가장 크게 걱정되는 점은 사고가 발생한 후의 대처이다. 빠른 대처가 될 수 있을지, 사고 수습과 뒤처리를 빠르게 할 수 있을지 많은 부분이 허술해 보인다. 학교 건물들의 내진설계 비율도 전체 중에 35%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욱 걱정되기도 한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건물 내부에 있거나 특히 위험한 화학 약품을 많이 사용하는 연구실 내부에 있을 때, 대피 매뉴얼도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전례 사고도 아직 없으므로 누군가 당황하지 않고 학우들을 인솔해서 대피시킬 수 있을지도 확실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앞선 다른 사고들에서의 대처를 볼 때, 사고 자체보다는 항상 이후에 미숙한 사고 대처 때문에 피해가 더 커졌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혹시 앞으로 있을 지진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내진설계나 건물 자체의 안전성 개선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시 구체적인 대처 매뉴얼 역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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