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학점 0.1점당 1,000만 원에 올릴 수 있다면, 살래?”
룸메이트가 물었고, 나는 꽤 재미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좀 비싸고, 그래도 학점 0.1의 가치가 1,000만 원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수요는 좀 있지 않을까.”
그게 내 대답이었다. ‘학점 0.1을 돈으로 환산한 값’에서 1,000만 원을 뺀 값의 양음을 따지는 것.

이번 학기를 기점으로, 학생회비가 올랐다. 6,000원 정도. 이번 학기부터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 과학생회, 상설위원회, 동아리연합회와 새내기학생회, 중앙집행국의 간부들은 한 달에 85,000원의 격려금을 받게 된다.
85,000원, 더하기 한 줄 올라가는 스펙, 빼기 수고스러움에 뭘 더하고 뭘 빼야 양의 값이 나올까. 저번 학기까지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계산 식을 가지고 학생사회라는 걸 이끌어 나갔던 것일까.
답을 내리기 힘들었다. 적당히 변수를 추가하고, 숫자로 바꾸어서, 식을 이리저리 굴려봤자 결과는 뻔했기 때문에.

흔히 신학관 3층으로 일컬어지는 학생사회에서, 올해는 혼란스러운 나날들의 연속이다.
연초에 동아리연합회의 회장단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위원장과 집행부, 분과장은 모두 공석이 되었다. 몇 번의 대표자회의와 포럼 끝에 유의미하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잘 알지 못하고, 여전히 진통을 앓고 있다. 8월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때, 행사준비위원회(이하 행준위) 의 안건지는 공란이었고, 결국 올해 제15회 KAIST-POSTECH 학생대제전은 중앙운영위원회의 아무런 피드백 없이 진행되었으며, 이에 행준위 위원장은 사퇴를 권고받았다. 여러 차례의 추가모집으로 겨우 구성요건을 만족했던 감사위원회는 피감사기관과의 소통과 감사보고서의 부실함이 지적되었고, 9월 중운위때 업무의 연장을 요구받았으나 전원 사퇴함으로써 불응했다.

동아리연합회의 재건, 중운위원들의 오롯이 자의적이고 활발한 참여, 남은 감사업무와 다음 감사위로의 인수인계와 같이,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은 남아있고, 전망은 썩 투명하지는 못하다. 사건은 상황의 메타포로서 작용할 수 있고,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문제의 근본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계산 값이 양이 되기에 85,000이라는 숫자가 너무 작았나?

사실, 앞서 언급한, 85,000원에 이것저것을 빼고 더했던 계산 식은 엉터리였다. 돈으로는 환산되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 숫자로 바꾸어 계산 식에 욱여넣기에는 힘든 가치들이 사실 사람들이 기꺼이 유형의 대가 없이 일하는 이유였고, 나는 감히 문제들은 그 가치들의 퇴색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총선거가 예고되어 있다. 새로운 총학생회장단 선거본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각 학과에서 과학생회장 후보들이 출마할 것이다. 또 중선관위의 위원들이 인준될 것이고, 실무단이 투입될 것이다. 그들 모두가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 가치를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일 테다. 그 모든 사람이, 끝까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모두가 의식하기를, 다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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