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2016년 KAIST-POSTECH 학생대제전이 열렸다.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였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방송국 VOK가 상영한 영상에 관한 논란이 일었다. VOK가 성 소수자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과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고, POSTECH의 이의 제기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VOK는 지난 2일 학내 커뮤니티 ARA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재했다. 학내 ‘언론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수행하지 못해 죄송하고, 이에 내부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지난달 25일, 2016년 하반기 제1차 정기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감사위원회(이하 감사위)는 이전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관련기사 본지 424호, <감사위 인수인계 부실... 규칙은 어디에>) 업무를 완수하지 못했고, 결국 감사위의 임기는 2016년도 상반기 감사보고서 채택 기한과 함께 연장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감사위는 학내 커뮤니티 ARA에 돌연 사퇴문을 게시했다. 방대한 업무량을 버티지 못했고, 피감기관과 소통하지 못한 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여건상 사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30일, 9월 동아리대표자회의(이하 동대회) 자리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날 동대회는 지난 학기의 동아리연합회 포럼 보고 외에 다른 안건에 대해 논하지 못하고 파했다. 임시집행부원이 논의 안건을 일반 학우가 볼 수 있도록 게시하지 않아 회칙을 어겼고, 따라서 당일 소집된 동대회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이날 회의는 다음 달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KAIST 학생사회에서 책임 의식이란 그저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던가.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기관을 자처하는 VOK가,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감사위가, 동아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임시집행부가 저런 일을 벌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저 말로만 자신들의 본분을 말한들, 잘못했다고 외친들 이미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조차 없는 책임 의식은 없으니만 못하지 않은가.
그들의 책임 의식은 지금 어디에 있나. 전례 속에 묻어 놓은, 자신들의 사정 사이에 가려놓은 진정한 책임 의식을 찾지 못한 그들이 이끄는 사회에서 우리는 마음 놓고 생활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이번 일이 학생사회가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그들이 잃어버린, 어쩌면 아직 접하지 못했을 본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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