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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차별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이민경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426호] 2016년 10월 05일 (수) 박재균 기자 hagsfdf@kaist.ac.kr

 한국에 진정한 성 평등이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 들어 여러 담론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성은 여전히 공기와 같은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서야 성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이를 타파하고자 하는 여성운동이 우리나라에서 태동하고 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일반적인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이 낼 수 있게 돕는 대화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실용서다.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여성이 차별당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설득할 때다. 차별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겐 평등에 대한 아우성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사회의 약자로 살아온 사람이 타인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다 지칠 필요가 없다 말한다. 대화를 시작할지 말지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쪽이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에게 몇 가지 조건을 갖춘 이들과만 논쟁할 것을 권한다. 그 조건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의향이 있는지, 전통적 가부장제의 수혜자가 남성임에 동의하는지, 차별의 당사자에게 자신이 모르는 차별의 경험을 들으러 온 사람인지 등이다. 논쟁 상대가 이러한 조건을 만족했다면, 저자는 자신이 겪은 차별의 경험을 또렷하게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전하라고 말한다. 그 후 논쟁이 시작되면 저자는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해 반문과 지적을 반복하라고 한다. 그렇게 논쟁 상대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확하게 알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화술이라는 것이다.

책은 일부 한계를 품고 있다. ‘젠더 논쟁에서 이기는 화법’이 주제인 만큼, 책은 페미니즘의 가치나 정당성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제압하는 법에 치중한다. 그뿐만 아니라, 책에는 말을 가로채거나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등의 다소 과격해 보이는 화법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를 충실히 반영한 책이다. 책은 여성혐오를 마주 해야 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이 소모되지 않게끔 돕는다. 하지만, 이런 화법이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사회 전반에 퍼지게 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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