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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지나간 과거의 순수함을 그리며
우디 앨런 - <카페 소사이어티>
[426호] 2016년 10월 05일 (수) 고기영 기자 mat9847@kaist.ac.kr
   
CGV 아트하우스 제공

우리는 살면서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버려 나간다. 돈을 아끼려 사지 않았던 물건, 갈등 끝에 떠나보낸 연인, 그리고 안녕을 위해 접어야 했던 꿈.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공이 항상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미국의 황금기를 배경으로, 성공과 부를 향한 선택과 뒤에 남은 공허함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주인공 바비는 성공한 할리우드에서의 삶을 꿈꾸며, 유명한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삼촌 필을 찾아간다. 그런 그에게 필은 자신의 여비서 보니를 붙여 할리우드를 구경 시켜준다. 그녀와 함께 며칠을 보내며, 바비는 할리우드의 화려함이 아닌 보니의 모습에 매료된다. 허영과 가식이 가득한 할리우드에서, 일찍이 그곳의 허무함을 깨달았다 말하는 보니의 당당함은 햇살처럼 빛난다.

한편, 필과 은밀한 불륜관계를 이어오고 있던 보니는 바비의 순수한 애정 앞에서 흔들린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둘 사이를 헤매던 그녀는, 마침내 필과 바비에게 동시에 청혼을 받는다. 할리우드에 환멸을 느껴 같이 뉴욕으로 돌아가자는 순수한 바비, 그리고 안정된 할리우드의 삶을 약속하겠다는 카리스마 넘치는 필. 조카와 삼촌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녀는, 결국 필을 선택한다.

이후, 바비는 뉴욕으로 돌아와 폭력배인 형이 운영하는 클럽의 매니저가 된다. 그가 경멸하던 할리우드의 인맥은 그에게 성공의 날개를 달아준다. 지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그의 클럽은 곧 배우와 정치인, 그리고 마피아가 모여드는 뉴욕 최고의 사교장으로 거듭난다. 바비는 클럽에서 만난 여인 베로니카와 결혼도 하고, 뉴욕을 방문한 보니와 장난스럽게 과거의 추억을 흉내 내기도 한다. 새해, 화려한 파티에서 바비와 보니는 각자의 연인과 성공의 달콤한 향기를 음미한다. 그러나 연인과 춤추는 그들의 눈빛은 꿈꾸듯이 공허하기만 하다.

바비와 보니가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더는 서로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할리우드의 삶을 싫어하던 보니는 가십거리로 수다를 떠는 할리우드 귀부인이, 사교계의 가식에 염증을 느끼던 바비는 뉴욕 사교계의 왕이 되어있었다. 그들은 지나가버린 순수함을 붙잡으려는 듯 악착같이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에 매달린다. 파스타를 요리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식당을 통째로 빌리고, 과거 연애하던 때처럼 센트럴파크를 거닌다.

하지만 그들 모두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미련처럼 다시 시작한 연애는 가벼운 키스로 끝나고,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삶으로 돌아간다. 만약 보니가 필 대신 바비를 선택했다면 그들은 행복했을까? 영화는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과거에 선택을 통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버리지 않았냐고 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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