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성형수술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표준형 미인’의 얼굴을 원하며 위험한 수술을 감행한다. 프랑스 행위 예술가 생트 오를랑은 사회가 강요하는 ‘표준적인 미’의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오를랑이 50여 년간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펼쳐온 예술활동에 대한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신선한 소재와 파격적인 작품을 통해 관객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신체를 활용한 행위예술가

오를랑의 모든 사진과 영상 작품은 자신, 또는 타인의 신체를 소재로 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신체를 탐구하고 변형하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9번에 걸친 성형수술을 중계한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다. 수술의 과정은 충격적이고 거부감을 주지만, 신체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녀는 신체가 고정관념에서 해방돼 완전한 자유를 찾기를 원했고, 자신의 몸이 사회적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랐다. 고전 명화 속 미인들의 각 부위를 합쳐 자신의 얼굴에 그려보지만, 결과는 그저 흉측한 얼굴일 뿐이다. 오를랑은 여러 번의 성형수술을 통해 전형적인 아름다움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의 통념을 파괴하려 하다

오를랑은 종교가 사람들에게 가하는 억압에도 반기를 든다. 그녀는 과감한 신성모독을 통해 종교를 비판한다. 종교적 상징을 희화화시킨 작품을 보며, 관객들은 은연중에 따르던 종교적 가치가 과연 절대적이고 올바른 것인가하는 고민을 한다.

오를랑은 여성에 대한 통속적 잣대를 비난하는 페미니즘 작가이기도 하다. 1977년, 자신의 키스를 5프랑에 파는 그녀의 행위예술 <예술가의 키스>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를랑의 급진적 행위들은, 한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해체해 새로운 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혼합을 통한 신체의 재탄생

오를랑은 자신의 본명 ‘Mireille Porte’의 글자 중에 유독 ‘죽음’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여성형용사 M, O, R, T, E가 눈에 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더는 죽은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개명했다. 또한, 신체의 하이브리드화를 추구함으로써 다양한 인종의 피부색을 합치고 여성임과 동시에 남성인 새로운 생명체가 되기를 바랐다. 그녀의 이런 마음은 <중남미 아메리카 원주민식 자기교배> 시리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작품에서 오를랑은 아프리카, 마야, 아즈텍 등 여러 문명권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에 합성해 비서구 문명을 열등하게 바라보는 서구 문명을 비판하고 미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오를랑은 호주의 과학기술 연구소와 협업해, 자신의 피부세포와 흑인의 태아 세포, 포유동물의 세포들을 교배해 배양한 세포들을 영상으로 담아 생물학적 융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기술로 예술을 자유롭게 하다

1980년대 이후부터 오를랑은 디지털 기술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 <MYO 팔찌를 찬 오를랑의 양방향 게임 실험>은 사용자가 직접 움직임을 취해 자신의 몸의 조각을 찾아 나가는 게임이다. 중국의 경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베이징 오페라 가면> 시리즈에서는, 관객들이 ‘Augment’라는 앱을 통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앱이 작품의 문양을 인식해 스마트폰 내의 증강현실에서 3D로 구현하면, 관객들은 움직이는 작품을 즐긴다. 그녀는 기술을 예술에 접목해 자신이 원했던 다양한 형식의 인간을 표현했다.

 

예술은 편안함을 주거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을 무릅쓴 채, 친숙하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오를랑은 말한다. 그녀의 시도들은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당연시해왔던 종교, 여성, 신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만약 오를랑의 작품이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이는 작품 속 메시지가 마음속 수많은 관념의 틀을 부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 | 성곡미술관 제공
장소 | 성곡미술관
기간 | 2016.06.17.~2016.10.30.
요금 | 13,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02) 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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