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을 엇갈린 형태로 배치해 전기장이 면 전체에 분포할 수 있도록 제작… 무선통신이나 광학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

▲ 공간 채움 구조를 활용해 제작한 메타물질
신소재공학과 신종화 교수, 김도경 교수와 물리학과 이용희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학의 공간 채움 원리를 이용해 기존보다 2,000배 이상 높은 유전 상수를 가지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30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유전 상수 높은 신소재 연구 활발해  
유전 상수는 물질 내부의 전하 사이에 전기장이 작용할 때, 전하 사이의 매질이 전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척도다. 유전 상수가 높은 물질을 이용하면 무선통신 디바이스나 광학 소자 등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유전 상수가 높은 물질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장 분포 면적이 좁았던 기존 방식
일반적으로 높은 유전 상수를 가지는 메타물질*을 만들 때는 전기장 국소화 원리를 이용한다. 이는 전기장이 좁은 곳에 모일수록 유전분극**이 강해진다는 원리로, 뾰족한 피뢰침 끝에 강한 전기장이 모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메타물질은 아주 작은 간격을 두고 네모난 금속들이 밀집된 구조로, 금속 안에는 전기장이 분포하지 않아 금속 사이의 틈에 강한 전기장이 모인다. 하지만 기존 메타물질은 금속들이 열을 맞춰서 정렬되어 있어 전기장이 분포할 수 있는 공간이 금속의 옆면 사이 틈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공간 채움 구조로 전기장 증폭시켜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장이 분포한 공간이 공간 채움 구조를 따라 최대한 넓어질 수 있도록 금속을 서로 엇갈리게 배열했다. 공간 채움 구조란 선으로 그보다 한 차원 높은 면을 채우는 구조를 말하며, 이때 선의 길이는 무한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 형태에서는 두 금속의 옆면 사이뿐만 아니라, 금속의 위아래 공간에서도 강한 전기장이 모일 수 있다. 이때 금속 사이의 틈은 공간 채움 구조를 따라 형성되어 모두 이어져 있으므로, 좁은 영역에만 일어나는 큰 유전분극이 메타물질 내부 전체에서 나타난다. 또한, 엇갈린 두 금속판과의 틈에서 생기는 국소전기장의 방향이 서로 다르므로 어떤 방향으로든 전기장이 증폭되어 유전 상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메타물질
연구팀이 개발한 메타물질의 유전 상수는 약 320만이다. 이는 축전기의 전기용량이 진공보다 320만 배 커지고,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비율과 방출하는 속도도 320만 배 증가했음을 뜻한다. 또한, 유전 상수의 제곱근인 굴절률이 약 1,800배가 되므로, 메타물질 안에서 빛의 속도는 진공보다 1,800배 느려지고 빛의 파장은 1,800배 짧아진다. 즉, 아주 얇은 막으로도 기존 두께의 막과 같은 수준으로 전자기파를 반사하거나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전투기나 함정에 씌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 표면과 같은 국방 기술이나 5G 휴대전화용 안테나 등의 무선통신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 렌즈 등의 광학 소자를 1,800배 작은 크기로 만들거나 기존의 광학기기보다 1,800배 세밀한 물체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 연구팀이 개발한 메타물질은 파장이 30mm 정도인 마이크로파에 한해서만 극대화된 유전 상숫값을 가진다. 하지만 이 원리가 가시광선에서도 적용된다면, 초고해상도 현미경, 효율이 높은 초경량 태양광 에너지 소자, 초박형 유연 디스플레이 등의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제1저자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장태용 학우는 “(이번 연구는) 기본적 광학 성질인 굴절률과 관계된 모든 디바이스들을 새롭게 개발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라며 “개발한 메타물질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해 무선통신에 쓰이는 소자를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메타물질*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작은 크기로 만든 물질. 
 
유전분극**
전기장을 가했을 때 전기적으로 극성을 띤 분자들이 전체적으로 정렬하여 물체가 전기를 띠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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