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리히터 규모 5.8, 지진 관측 이후 한반도에서 관측된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이후 지진을 비롯한 자연재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낙 큰 규모의 지진이 두 차례에 걸쳐 잇따라 발생해, 진앙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우리 학교에서도 땅과 건물의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지진이 발생한 직후 대부분 과학과 기술을 전공한 우리 학교 구성원들 역시 건물 내 있어야 할지, 바깥으로 나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우왕좌왕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경주 지진은 우리가 지진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에서는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큼 큰 규모의 지진이 관측되지 않았고, 지질학적으로도 한반도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그동안 정부와 민간 모두 지진 대비에 소홀해 왔던 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예고 없이 꽤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경미한 것을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더 큰 재난에 겸허하고 성실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라고 지진의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난 12일 경주 지진을 계기로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에서 테러, 전쟁 등 인재에 이르기까지 재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행동 요령을 전파하고, 교육하는 등 재난 방지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경주 지진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6층 이상 건물에 대해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것은 1988년 이후의 일이다. 5층 이하로 1988년 이전 준공된 건물이 많은 우리 학교 시설의 내진율이 35.4%에 불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93동의 우리 학교 건물 중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23동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동 중 42동의 건물에는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 비록 학교 시설에 위협을 줄 만큼 큰 지진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예산과 여유 공간을 고려하여 가능한 빨리 내진 보강 공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지진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학교 시설에 피해를 줄 만한 자연재해는 지진보다는 태풍이나 홍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실험실 안전사고, 시설과 인명을 대상으로 한 테러, 전쟁 등으로부터 우리 학교 캠퍼스가 안전지대일 수도 없다.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 대비, 홍수가 발생하면 홍수 대비와 같은 소극적이고 대증적인 대책보다는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난 상황 전반을 검토하여 재난 방지와 재난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아우르는 통합 매뉴얼의 작성과 보급,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 등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고 개탄하지만, 얼마 안 가 잊어버리기를 반복해왔다. 이번 경주 지진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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