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희 - <불운과 친해지는 법>

자기 할 일하기 바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을 꺼린다.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일부 포기하고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사람과 부대끼지 않는 이런 삶이 항상 행복할까.

주인공인 형진은 어느 날 병약한 어머니를 여의고 혼자가 된다. 그는 슬픔을 털고 일어난 뒤 자신의 집을 일주일에 3번 밥을 해주는 셰어하우스로 내놓는다. 마땅한 능력이 없었기에 어머니 병시중을 들며 키워온 요리 실력과 집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둘밖에 없던 집에 새로운 식구들이 들어온다.

처음 식구들이 들어온 날, 형진은 새로운 사람을 들인 것을 후회한다. 입주자들이 환영식으로 파티라도 바랄 줄 알았건만, 그들은 각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밤이 되어 형진은 몰래 들어온 고양이들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성격으로 입주자들과 부딪히거나, 그들이 말도 없이 데려온 애완동물과 친구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형진이 원하지 않는 상황들이 일어나는 것은 불운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불운은 점차 행운으로 바뀌어 간다. 여자 입주자들과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새로 화장실을 짓게 된 형진은, 건설업자와 사랑에 빠진다. 수의사가 몰래 데려온 고양이들은 입주자들과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또한, 형진은 입주자들이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예측하지 못하는 날들 속에서 형진의 몸과 마음은 성장해 간다.

만약 형진이 혼자 있는 삶을 선택했다면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볼 생각도, 화장실을 새로 짓다 새 인연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낯선 이들과 더불어 살며 그들의 삶 일부가 되었고, 동시에 자신 안에 그들을 들여놓았다. 때론 살다 보면 타인에 지쳐 혼자 사는 삶이 최고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때가 오더라도 형진처럼 알 수 없는 타인의 삶 속으로, 새로운 기회 속으로 한발짝 내디뎌 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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