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입자 안에 항암제 투입해 자극 감응성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사용해 … 독성 적고 세포보호능력 뛰어나 주목받은 빌리루빈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 이용현 박사 연구팀이 우리 몸에 있는 빌리루빈을 이용한 항염증 의약품 및 항암약물 전달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5월 4일, 지난달 3일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게재되었다.

 
항산화효과로 주목받은 빌리루빈
빌리루빈(bilirubin)은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헴(heme)의 최종 대사산물로,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황달을 일으키는 적황색 물질이다. 빌리루빈은 몸에서 필요 없는 물질로 여겨졌지만 최근 강력한 항산화효과, 세포보호능력, 면역조절능력 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질성 물질인 빌리루빈은 물에 거의 녹지 않아 의약품으로 개발하기 어려웠다.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은 몸에서 흡수가 어렵고 가공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항염 효과 좋은 친수성 입자 개발해
이에 연구팀은 지난 5월 4일 게재된 연구에서 초친수성 물질인 폴리에틸렌글라이콜*(polyethylene glycol)과 빌리루빈을 축합해 새로운 나노입자인 ‘자극 감응성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만들었다. 이 나노입자의 친수성 부분은 바깥을 향하고, 빌리루빈은 안쪽에 구 형태로 분산되어 있어 나노입자는 물에 잘 녹는다. 대장염에 걸린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입자가 염증 치료에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나노입자는 세포 조직의 결합이 헐거워진 염증조직에만 선택적으로 도달하며, 빌리루빈이 많이 투입되어도 황달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관찰되었다. 뿐만 아니라 빌리루빈 나노입자는 대장염 말고도 다양한 염증 모델에서도 우수한 항염증 효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전달체로 사용되는 나노입자
다른 한편으로, 빌리루빈은 활성산소를 만나 산화되거나 빛을 받으면 물에 잘 녹는 분자로 변한다. 연구팀은 이 점에 주목해, 지난달 3일 게재된 연구에서 자극 감응성 빌리루빈 나노입자를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는 약물 전달체로도 활용했다. 빛과 활성산소를 만나면 빌리루빈의 친수성이 커지면서 나노입자가 와해되어 내부에 있는 항암제를 방출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앞서 개발된 나노입자에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독소루비신**을 투입하여 약 100nm 직경의 암 치료용 약물전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잠재적 독성 적고 상용화 가능성 높아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 폐암에 걸린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암조직에 도달한 나노입자에 레이저를 조사해 항암제를 방출, 항암 효과를 증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의료용 나노소재는 고분자나 무기 나노입자 등 인공소재에 기반을 두고 개발되고 있어 몸에서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잠재적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공적인 소재로 약리작용을 가지면서 빛과 산소에 반응하는 물질을 만들려면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해져 상용화가 어렵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입자는 빌리루빈과 약물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시스템으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빌리루빈을 활용했기 때문에 잠재적 독성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생체친화적인 물질인 빌리루빈을 활용한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순수 국내 기술로 빌리루빈을 나노소재로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 박사는 “향후 전임상, 임상 시험을 거쳐 다양한 난치성 염증 질환과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개발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폴리에틸렌글라이콜*
PEG로 줄여 씀. 세포융합을 일으킬 때 사용한다.
 
독소루비신**
안트라사이클린계 항종양제 계열에 속하며, 폐암, 소화 기관 암, 방광 종양 등에 쓰는 항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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