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SW 교육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내용인즉슨, 비전공자와 전공자에 대한 SW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KAIST의 SW 비전공자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특화된 SW 과목을 듣고 실용적인 개발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실제 교육에는 우리 학교에서 현재 운영하는 IT Academy와 Elice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분명 비전공자를 위해 충분한 SW 교육을 지원해줄 것이다.

그런데 SW 전공자에 관한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전산학과에서 전산학부로의 격상, 실습교육 강화, 캡스톤 프로젝트, 산학협력 컨소시움 조직, 공개 SW Contributor 양성 모두 좋은 이야기지만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없었다. 전산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 우리 학교 전산학 전공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전공 수업 확대’다.

올해 우리 학교 전산학부 진입생은 117명으로 학과 중 1위를 기록했다. 2013년에 전산학과 진입생이 58명[1]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4년 사이에 2배 이상이 되었다. 닷 컴 버블 시대였던 99학번(104명)[2], 00학번(125명)[3]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현재 열린 전산학부 수업은 이렇게 늘어난 전산학 전공자를 수용하기에 부족하다. 글을 쓰고 있는 3일 기준으로 100명 이상이 수강하는 과목은 시스템프로그래밍(157명), 알고리즘개론(155명), 프로그래밍언어(135명), 형식언어및오토마타(146명), 데이타베이스개론(120명) 등이 있다. 2개 이상의 수업이 열린 과목은 이산구조, 데이타구조가 전부인데, 이들마저도 수업마다 103명, 60명, 95명, 81명이 수강한다. 특히 데이타구조, 시스템프로그래밍과 같은 일부 과목은 타과생도 여럿 수강하고자 하는 인기 과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수강생이 한 교실에 있다면 정상적인 수업을 기대할 수 없다. 웬만한 교실은 학생으로 꽉 차며, 맨 뒷자리에 앉게 된다면 화면의 가장 큰 글씨 정도만 볼 수 있다. 50여 명의 수업을 담당한 모 교수님은 개강 첫날 “20명 정도가 적당한 클래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많은 수의 전산학부 수업이 적당한 수업 5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크다.

매년 높은 숫자의 진입생이 있던 전기및전자공학부의 경우 많은 수의 분반 개설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번 학기의 경우 2개 이상의 분반이 열린 전기및전자공학부 전공과목은 총 7개다. 수강생이 100명이 넘는 전공과목은 단 2개뿐이다. (특강을 제외하면 ‘회로이론’ 단 하나뿐이다)

SW 교육, 코딩 교육이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은 정부가 SW 교육을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편성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2014년이다. 3월에 알파고-이세돌 대국이 뉴스를 덮자 현재는 완벽한 대세가 되었다. 발표 첫 슬라이드에 전산학부 진입생을 매년 150명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학교는 이 대세가 앞으로 계속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약 학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러 사업보다 전산학부 전공과목 확충이 먼저다. 이 대세 기간이 얼마나 길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당장 전산학부 학생들은 ‘전공 대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 카이스트신문 375호 “무학과 학우 절반은 1년 후 다른 학과 택했다”
[2] 카이스트신문 187호 “99학번 전자전산학과 208명 지원”
[3] 카이스트신문 202호 “2000학번 전자전산학과 222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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