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행 독주를 이어가는 영화 ‘밀정’에는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여럿 나오지만, 그 중에도 돋보이는 인물은 다름 아닌 일본 경찰 이정출 역의 송강호였습니다. 비록 역사적 해석과 엇갈린다는 논란도 있으나, 의열단의 폭탄 수송 작전을 남몰래 도와주는 그에게서 보이는 내적 갈등 연기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내용을 곱씹던 저에게 문득 떠오른 생각은 제 과거 모습이 친일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와 학우들의 부족한 소통 때문에 생기는 갈등에 대해 여러 사람이 노력하는 모습이 저에겐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었나 봅니다. 학업과 개인사를 제쳐놓고 대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정출이 의열단원들에게 감명을 받아 독립운동에 일조하듯이, 카이스트신문에 입사해서 기자들이 글의 힘으로 이뤄내는 일들을 직접 본 이후로 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영화 ‘도가니’의 명대사처럼, 우리가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힘쓰는 사람들이 우리 학생사회에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감히 ‘기자정신’이라고 하는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먼 부족한 기자입니다. 그러나 이정출이 과거의 빚을 갚아가는 모습처럼, 저도 계속 신문 제작을 통해 우리 후배들이 더 사랑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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